"50년 이어온 가업인데".. 유가 폭등에 줄줄이 문 닫는 주유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아버지 때부터 50년 넘게 운영하던 주유소는 가업(家業)이었습니다.
50년 넘게 대구에서 운영하던 주유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김동철(가명·62)씨는 말끝을 흐렸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의 경우 정액제가 아닌 1.5% 정률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유소가 더욱 불리하다"며 "마진은 그대로인데 수수료 비용만 늘어나 고통을 호소하는 주유소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유소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수수료 인하 요구도 빗발
정부, 유가 잡으려 안간힘.. 7월부터 유류세 인하폭 37%로
아버지 때부터 50년 넘게 운영하던 주유소는 가업(家業)이었습니다. 그 가업을 포기하려니 참…
자영업자 김동철(가명·62)씨
50년 넘게 대구에서 운영하던 주유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는 김동철(가명·62)씨는 말끝을 흐렸다. 폐업을 하며 남은 기름을 팔고 밀린 외상값을 받아도 그의 통장에는 1500만원뿐이었다. 김씨는 “남은 돈으로 다른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막막한 상황”이라며 “가족들이 ‘가업인데 조금 더 버텨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말려 마음이 안 좋았다. 막상 폐업을 하고 나니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도 든다”고 털어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가 상승으로 가격경쟁을 벌이던 주유소들이 하나둘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전국에서 122개의 주유소가 폐업을 했다. 작년에는 213개의 주유소가 폐업했다. 폐업 대신 ‘개점 휴업’ 상태인 주유소도 많다. 주유소는 폐업을 하려면 2억~3억원이 드는 정화작업을 거쳐야 하기에 폐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최근 유가가 폭등하면서 기름값에 예민해진 이용객들이 거리가 멀더라도 10원이라도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에만 한국석유공사에서 운영하는 알뜰주유소가 김씨의 주유소 반경 200m 안에 두 곳이 생겼다.
지난 5월 김씨의 주유소를 찾은 고객은 올해 1월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유소 인근에 8개의 주유소가 있었지만, 올해 들어 살아남은 곳은 4~5곳에 불과하다”며 “주유소들끼리 치열한 ‘치킨게임’을 하며 제 살 깎아 먹기를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겨우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유가가 폭등해버리니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주유소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수수료도 주유소 업주들에게는 부담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의 경우 정액제가 아닌 1.5% 정률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주유소가 더욱 불리하다”며 “마진은 그대로인데 수수료 비용만 늘어나 고통을 호소하는 주유소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가 상승 시기에만 카드수수료를 1%로 한시적으로 인하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1일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L)당 1622원, 경유 가격은 L당 1441원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기준 휘발유는 2144.11원, 경유는 2166.77원을 기록했다. 6개월 만에 각각 31%와 51%가 상승한 것이다. 휘발유는 2012년 4월 18일 기록했던 기존 최고가인 2062.55원을 훌쩍 뛰어넘었으며, 경유 가격 또한 2008년 7월 16일 기록했던 기존 최고가 1947.74원을 웃돌며 연일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월 1일부터 유류세를 30% 인하했고, 오는 7월 1일부터 인하 폭을 37%로 더 늘렸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 등 13명이 현재 30%인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법률안을 최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유가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유가가 급등했다. 당분간은 국제 정세로 인해 유가가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유가가 변동성이 큰 만큼 현재처럼 유류세 인하에 대한 기한을 두고 연장하는 방식이 아닌 유가가 안정될 때까지 기한 없이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
- ‘전기차 1위’ 中 BYD, 이달 국내 상륙… 현대차, 안방 사수 비상
- 방산 수출 때 국회 동의 받으라는 민주당… 업계 “수출에 찬물”
- “한강변 단지도 안 팔려”… 고분양가에 미분양 쌓이는 강동구
- [비즈톡톡] “하마터면 싸게 산 줄 알았네”… 편의점의 이상한 맥주 할인 행사
- [사이언스카페] 솔로는 우울증 위험 80% 높다
- 롤드컵 5회 우승에도 ‘T1’은 만년 적자… 선수 연봉 오르는데 수익 모델 없어
- 벌금·과태료 더 걷고, 직원할인 혜택에도 과세… 내년 세수 쥐어짜기 나선 정부
- 11월도 ‘공모주 수퍼먼스’인데… 새내기株 연속 흥행 참패에도 계속되는 뻥튀기 공모가
- 삼성전자, 中 반도체 공장 노후장비 매각 시동… “방안 모색 초기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