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도미노, 디지털 생태계 붕괴하나..자구책 모색도

송경재 2022. 7. 3.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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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암호화폐 생태계가 테라USD, 루나 붕괴를 계기로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FTX 등이 중앙은행 역할을 하며 생태계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로이터뉴스1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가격 폭락세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디지털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붕괴로 치닫지는 않겠지만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바닥을 치면서 '암호화폐 겨울'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용공여 등으로 연쇄 부도 도미노를 막기 위한 자구책도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금융위기 몰리나
영국 런던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즈의 크리스 벤딕슨 리서치 책임자는 2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암호자산 관련 산업은 "모든 것이 아주 깊이 상호 연관돼 있다"면서 '암호화폐 겨울'로 알려진 2018년 비트코인 붕괴 당시에도 지금처럼 상황이 심각하지는 않았다고 우려했다.

암호화폐 가치가 폭락해 5월 한 달에만 시가총액 수백억달러가 사라진 가운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원은 채무변제에 실패해 디폴트한 암호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스캐피털(TAC)에 대해 지난달 29일 청산명령을 내렸다.

스리애로스에 거액이 물린 암호화폐 중개업체 보이저디지털은 1일 뱅크런을 막기 위해 인출 제한에 나섰다. 일정 규모 이상은 인출할 수 없도록 했다.

소수의 암호화폐 금융사들이 시장 전반에 걸쳐 금융망을 구성해 서로 빌리고, 빌려줌으로써 디지털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암호화폐 금융사들끼리 서로 얽히고설키는 이런 흐름은 2007~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초래한 은행들의 관례와 닮았다.

은행들이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가운데 뿌리가 깊이 얽힌 상태에서 리먼브라더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속에 붕괴하자 당시 금융시스템이 녹아 내렸다.

지금 암호화폐 금융계가 그런 상황이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지난 5월 암호화폐 시장은 가치가 미국 달러에 연동되는 이른바 스테이블코인 테라USD가 붕괴하고, 형제 암호화폐인 루나 역시 무너지면서 연초 이후의 하락세가 심각한 지경으로까지 치달았다. 이 사태로 시가총액 400억달러가 사라졌다.

이번에 청산명령이 내려진 TAC는 루나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테라USD→루나→TAC→보이저디지털로 충격이 확산된 것이다.

보이저디지털은 1일 거래와 예금, 인출, 마일리지 보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보이저는 TAC에 1만5250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3억5000만달어처치가 물려 있다. 약 1만9400달러 수준인 비트코인 가격을 토대로 하면 보이저가 TAC에 물린 대출 손실 규모가 6억4600만달러에 이른다.

토론토증권거래소(TSE)에 상장된 보이저는 올들어 주가가 96% 넘게 폭락했다.

TAC 청산 충격은 TAC와 거래하던 다른 중소 암호화폐 금융사들로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홍콩의 암호화폐 중개소 8블록스캐피털은 TAC가 자사 자본 100만달러를 유용한 뒤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탈중앙화금융(De-Fi) 업체인 카이버네트워크도 TAC로부터 받을 돈이 조금 있지만 TAC가 어떤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먼-프라이드, 암호화폐 시장의 모건 될까
금융위기에서 중앙은행이 시장 혼란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 것처럼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를 중심으로 자구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샘 뱅크먼-프라이드의 암호화폐 거래소 FTX는 1일 암호화폐 대출업체 블록파이에 4억달러 신용공여 등을 제공하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블록파이 최고경영자(CEO) 잭 프린스에 따르면 블록파이는 TAC 대출로 약 8000만달러를 날렸다.

뱅크먼-프라이드는 지난달에는 또 다른 암호화폐 거래소 알라메다리서치와 함께 보이저에 대한 신용공여를 연장했다. 2억달러짜리, 1만5000비트코인짜리 등 2가지 신용공여다.

알라메다는 5월 보이저 지분 3500만달러어치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같은 자구책은 19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창설되기 전 JP모간이 미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1893년과 1907년 두차례 개입해 대규모 신용공여에 나선 것과 같은 움직임이라고 WSJ은 전했다.

JP모건은 1893년 연방정부가 재정위기에 몰리자 금본위제를 지키고, 경제붕괴를 막기 위해 6500만달러 상당의 금을 미 재무부에 대출했다.

또 1907년에는 경제위기로 뉴욕 은행들이 연쇄 도산 위기에 몰리자 JP모건 설립자인 존 피어폰트 모건이 다시 나서 위기를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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