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더비에서 무너진 홍명보 감독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페이스를 되찾아야 한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자존심이 걸린 동해안더비 패배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라이벌전 패배도 아쉽지만 압도적인 선두 질주에 제동이 걸리면서 선수단이 흔들리는 것이 더 걱정인 눈치다.
홍 감독은 2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1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 원정 경기에서 0-2로 패배한 뒤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실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성남FC전부터 시작해 수비를 깨지 못하고 있다.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승점 40)은 이날 패배로 2위 전북 현대와 승점차가 8점에서 5점으로 좁혀졌다. 12일 강원FC와 홈경기에서 반전에 나서지 못할 경우 선두 수성에 큰 위기가 올 수 있다.
홍 감독은 선두 수성보다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더 걱정이다. 그는 “전체적으로 우리 팀의 페이스가 너무 빨랐다는 생각이 든다. 그 덕에 좋은 결과를 얻기도 했지만, 너무 큰 부담을 안고 경기를 뛴다. 승점차가 크게 나다보니 더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계속 터지던 골도 안 아온다. 우리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이 페이스를 강조한 것은 결국 지난 몇년간 울산이 선두를 내달리다 시즌 막바지 무너지던 징크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축구계에선 ‘울산병’이라는 표현하기도 한다.
홍 감독은 “울산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근 우리가 역전승을 거두는 등 뒷심을 발휘한 적도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전반기에 너무 앞서갔기에 더 빨리 치고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지난 경기는 지난 경기고 빨리 회복해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우리 선수들이 그러지 못하는 게 내 눈에 보인다. 우리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가짐 변화는 결국 본인들에 달린 것이라 설명했다. 그는 “가끔 내 경험을 통해 이야기하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지금 긴장이나 상대에 대한 투쟁심을 갖고 나가야 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오늘도 경기를 주도하다 상대 역습 하나에 실점했다. 이 부분은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다. 이런 부분을 넘어야 한다. 선수들이 스스로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포항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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