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엄마건강] <1> 수면 : 우리의 소원은 통∼잠

김희원 2022. 7. 2.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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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출산 후 첫 어려움은 '수면'
신생아기부터 엄마는 쭉 '각성 상태'
아이 자라도 이어지는 수면장애에
병원 찾거나 수면제 도움 받기도
"유독 잠 못 자는 한국 엄마들
자녀 걱정 지나치게 하는 탓
자신과 아이 위해 양질의 수면 필요"
여성들이 출산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어려움이 바로 수면이다. 임신 마지막 달 숨이 가빠 잠을 설칠 땐 ‘빨리 낳고 제대로 자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낳아보면 안다. 그게 시작이란 것을. 신생아기에 엉망이 된 엄마의 수면은 되도록 빨리, 강한 의지를 갖고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짧게는 수년, 길면 평생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두 아이 잠자리 분리 ‘실패기’

육아에 대해 별 환상이나 기대가 없었던 나는 출산을 준비하며 한 권의 책을 아주 감명 깊게 읽었다. 제목은 ‘프랑스 아이처럼’. 이 책은 한 미국 육아맘이 프랑스 육아맘들을 보며 “우리 모두 쿨하고 엄마 주도적인 프랑스식 육아를 배우자”고 쓴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프랑스 여성들은 아이를 낳자마자 방을 분리하고, 짧은 신생아기가 지나면 울고 떼를 써도 절대 수유하거나 안아주지 않고 아이를 독립시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아이가 우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환경에 적응해 잠을 길게 자게 되며 엄마의 수면도 보장받을 수 있고, 나아가 엄마가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고 주도적인 육아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거다!” 싶었다. ‘나도 아이를 낳으면 조리원에서 퇴소하자마자 잠자리를 따로 마련하고 울어도 안아주지 않아야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이 냉혹한 세상에 일찍부터 적응시키리라 마음 먹었다. 임신한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 책을 적극 추천했다. 그때가 7년 전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다. 나는 전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지금도 일곱살, 네살 두 아이를 양옆에 끼고 잠을 잔다.

처음엔 안전을 위해 아기 침대를 방에 두고 수시로 수유하고 살폈다. 신생아기엔 모든 엄마가 그럴 수밖에 없다. 아기는 위가 작아 조금씩 자주 먹기 때문에 2시간에 한 번씩 깨니까. 그러다 먹는 양이 늘고 자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 100일 전후로 아기가 ‘통잠’을 자게 되면 엄마의 잠도 조금은 길어진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유 없이 울며 잠을 자지 않는 ‘원더윅스’(아기가 정신적 신체적으로 성장하며 울고 보채는 시기)가 주기적으로 오기 때문이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나도 이때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우는 아기를 외면해볼까 했지만 내가 너무 졸리니 빨리 재우고 싶었다. 안아주면 잘 잤다. 아기를 안고 달래다 잠드는 날이 많아지면서 아예 함께 자게 됐다.

밤 수유를 끊으니 아이는 더 길게 잤다. 잠자리 분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옆에 엄마가 없으면 꼭 깨어 울곤 했다. 맘이 약해져 옆에 가서 누웠다가 또 같이 잠드는 패턴이 반복됐다.

아이는 돌이 지났고 나는 복직을 했다. 내 건강에 신경 써야 할 때가 왔다. 하지만 아이를 보는 시간이 줄어드니 밤에라도 스킨십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씻고 책 읽고 누워 뒹굴뒹굴하다 어느새 아이와 함께 잠들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니 체력이 달려 누우면 내가 먼저 잠든 적이 많았다.

세 살 터울로 둘째가 태어났다. 동생의 존재에 스트레스를 받는 첫째가 가여워 더욱 꼭 안고 재웠다. 쟁취본능이 강한 둘째는 자기도 안아달라고 악을 쓰고 울었다. 침대를 따로 썼는데 이동 능력이 생긴 뒤엔 스스로 기어와 기어코 엄마 옆구리를 차지하고 자기 시작했다. 결국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자는 생활을 7년째 이어오게 됐다.

아이들이 움직일 때마다 깨고 불편하게 잠을 자니 늘 피곤하다. 피곤은 이제 ‘뉴노멀’이 됐다. 누가 ‘소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혼자 호텔(모텔이라도 괜찮다)에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통잠’을 자고 싶다고.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신생아기부터 쭉… 엄마는 ‘각성상태’

아이 때문에 잠을 깨는 시기는 대부분 돌 전후로 끝난다. 잠자리 분리를 가장 많이 시도하는 시기도 이쯤이다. 성공한다면, 엄마는 다시 예전처럼 통잠을 잘 수 있을까.

육아맘들에게 물어보니 “잘 잔다”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미 아이에게 온 신경이 집중된 엄마들은 다른 방에 있는 아이가 조금만 뒤척이거나 소리를 내도 바로 눈을 뜬다. 굳이 이상이 있는지 살피지 않더라도 잠이 깬다.

아이가 아프면 더 예민해진다. 엄마는 알람 없이도 해열제 먹일 시간에 맞춰 저절로 눈이 뜨이는 초능력이 생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아픈 때를 빼고는 잠든 뒤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엄마들은 자주 깬다. 이미 수년간 높은 각성상태를 유지한 데다 그때부턴 아이의 건강 외에 여러 가지 걱정거리가 늘어나는 탓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 나의 대학 친구 홍모씨는 요즘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물리적 환경은 전혀 수면에 방해될 것이 없는데도 그렇단다.

그가 잘 못 자는 이유는 “아이가 너무 걱정되어서”다. 아이가 공부를 곧잘 하는데도 학업 성적이 걱정되고, 최근 친한 친구와 멀어져 속상해하는 딸 때문에 자신도 속상하다 했다.

이해가 되면서 두려워졌다. 초등 저학년 때도 이렇게 걱정이 많은데 고학년, 청소년이 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나도 쭉 이렇게 건강을 갉아먹으며 ‘자는 둥 마는 둥’ 상태를 지속해야 하는 것인가.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유독 잠 못 자는 한국 엄마들…“일찍 분리하고 걱정 줄여라”

나는 내 건강이 삐걱거릴 때까지 수면 불량 환경을 방치한 것이 내가 특별히 의지가 약해서라고 생각했다. 친구가 약물의 도움 없이 잠을 못 자는 지경에 이른 것은 그가 너무 예민한 탓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엄마들과 얘기해보니 이는 생각보다 드문 상황이 아니었다. 잠자리 분리 고민에 대해 털어놓자 한 지인은 “나는 초등학교 4학년인 딸과 아직도 같이 잔다”고 말했다. 초등생 아들 둘을 키우는 언니에게 “애들 때문에 고민이 많아서 잠을 못 자기도 하냐”고 물었더니 “당연하지”라고 대답했다.

맘 카페에선 “잠을 못 자 지치니 육아가 즐겁지 않다”, “잠을 못 자면 왜 사람이 미치는지 알겠다” 등 잠 때문에 괴로워하는 엄마들의 고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수면센터 주은연 교수에게 육아맘들의 수면장애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다.

주 교수는 “내원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50대 이상이며 정작 아이 때문에 현재 잠을 못 자는 2030은 병원을 찾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주목할 것은 그 50대 환자들의 수면장애가 젊은 시절 육아와 함께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엄마들은 아이가 어린 동안 높은 각성상태를 유지하는데, 아이가 자라 수면 방해요인이 사라져도 잠을 잘 이룰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갱년기가 되면 호르몬 변화로 불면증이 심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지며 건강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주 교수는 “아이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는 것은 한국 엄마들에게서 유독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라면서 “우리나라 엄마들은 자녀에게 너무 많은 신경을 쓰고 지나치게 걱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한국 육아맘들은 어떻게 해야 건강한 수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주 교수는 ‘밤잠을 잘 자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며 몇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6개월, 늦어도 첫 돌엔 잠자리를 분리할 것
엄마는 엄마 잠을, 아기는 아기의 잠을 자야 한다. 아이가 칭얼거려도 무시하면 곧 다시 잔다. 그때마다 대응해주면 아이가 예민해질 수 있다. 초등생이 될 때까지 잠을 ‘재워’주는 것은 아이의 자기주도성을 빼앗는 것이다. 그게 사랑은 아니다.

<2> 걱정을 줄일 것
한국 엄마들은 아이에게 과몰입한다. 감기, 수족구, 아토피 등으로 밤중에도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 때를 제외하곤 아이가 잘 때 신경 쓰지 말자. 아이의 학교생활, 사회생활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믿고 잠자리에서까지 지나친 걱정을 하지 말아야 한다.

<3> 약물에 절대 의존하지 말 것
수면제를 먹고 잠드는 것은 그때 뿐이다. 계속되면 약물 의존도가 더 높아진다. 스스로 잠이 들도록 노력해라. 잠이 안 오더라도 휴대폰을 보거나 늦게까지 영상을 시청하지 말고 자는 데 집중해야 한다.

주 교수는 “2030 엄마들은 아무리 잠을 못 자고 피곤해도 버틸 수 있다. 젊으니까. 남들도 다 하니까. 하지만 그게 얼마나 자신의 건강을 무너뜨리는지는 잘 모른다”면서 “자신은 물론 아이를 위해서도 엄마가 양질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반드시 실행하고 노력하라”고 당부했다.

조언을 듣고 나는 아이들에게 연말 잠자리 분리 계획을 발표했다. 첫째는 침대가 생기는 것에 기뻐하며 “빨리하자”고 말했고 둘째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싫다”고 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둘째도 연습하면 분리에 적응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걸 복직하면서 경험했다.

나도 마음을 굳게 먹었다. 최근 몸 구석구석 이상 신호가 오고 있어 더는 미룰 수 없다.

이 글을 읽는 육아맘들도 절반 이상은 나쁜 수면을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해지고 싶다면 변화하자! 잠만 잘 자도 건강의 기초는 다지는 셈이다. 걱정을 내려놓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100에서 80으로만 줄여도 10분은 더 잘 수 있지 않을까. 피곤을 덜면 육아가 훨씬 즐겁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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