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첫 대규모 집회.."청와대 놔두고 왜 여기서" 주민들 불편 호소
민주노총이 이날 행진을 마친 삼각지파출소 앞은 윤석열 대통령이 근무하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불과 100여 미터(m) 떨어진 곳이다. 당초 경찰이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금지'를 고수하면서 민주노총은 100m를 살짝 벗어난 삼각지파출소 앞으로 도착지를 수정했다.
행진을 마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삼각지파출소 앞에서 '도심 집회로 시민들이 교통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행진도 (경찰이) 경로상에 한차로만 남겨주다 보니 그 차선은 굉장히 밀리고 반대편 차로는 텅텅 비어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차로 기준으로 한 쪽은 행진을 보장하고 반대편은 두 차선은 상행, 두 차선은 하행하는 식으로 교행하게 해도 충분한데 그렇게 하지 않고 집회를 통제하려는 의도만 가지고 있는 게 굉장히 안타깝다"며 "경찰 수뇌부들이 이런 판단을 했고 과도한 정권의 충성, 잘 보이기 위한 것들이 작동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 외에도 을지로입구-서울시청, 무교로 개풍로터리-무교사거리, 서소문로 시청방향 등의 교통도 통제했다. 이날 오후 3시에 대한문 앞에서 시작한 본집회에 앞서 오후 1시쯤부터 민주노총 산하 6개 산별노조가 사전집회를 연 탓이다. 공공운수노조는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건설노조는 세종대로 숭례문 앞, 민주일반노조는 을지로입구역 인근, 전국공무원노조는 한국은행 앞, 전국택배연대노조는 서울시청 동편에서 사전집회를 마치고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모였다.
이날 오후 3시쯤 시작한 본 집회에서 민주노총은 △임금·노동시간 후퇴 중단 △비정규직 철폐 △차별 없는 노동권 쟁취 △민영화 저지 등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2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620원으로 결정하자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3시 30분쯤 대한문 앞 무대에 오른 양경수 위원장은 "IMF라고 금융위기라고 코로나19(COVID-19) 위기라고 우리에게 허리띠 졸라 매라 강요했다"며 "임대료는 2~3배 뛰고 가맹수수료는 재벌의 최대 이익을 보장하는데 460원 오른 최저임금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양 위원장의 발언에 이어 하원오 전국농민회 총연맹 의장, 강규혁 전국서비스연맹 위원장,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등이 발언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5% 인상됐다. 부총리(추경호 경제부총리) 말 대로라면 올 하반기 물가가 6%씩 오른다는데 따져보면 내년 최저임금은 삭감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민주노총 시위대가 삼가지파출소 앞에 순차적으로 도착하면서 주변 교통이 혼잡해지자 삼각지에 거주하는 A씨(78)는 "청와대 놔두고 왜 이리로 와서 귀찮게 하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앞서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대통령실 주변 행진을 금지한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에서 민주노총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행진 인원을 3만명으로 제한할 것 △ 오후 4시~6시30분 대통령실 주변 3개차로를 이용해 최대한 신속히 통과할 것 △6시 30분이후에는 즉시 해산할 것 등을 조건으로 행진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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