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포르쉐를 망치다니"..'혼쭐→돈쭐' 카이엔, '람보'도 판매신화 [세상만車]
2002년 슈퍼 SUV시대 개막
슈퍼카·럭셔리카, SSUV 진출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들이 포르쉐 덕분에 살맛 나는 세상을 만끽하고 있다. 포르쉐를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자존심을 버리고 벤치마킹한 결과다.
벤치마킹 대상은 포르쉐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카이엔이다. 처음에 출시할 당시 "멍청이나 탈 징그러운 포르쉐"라는 비난을 받았던 차다.
격세지감. 욕먹던 카이엔 덕에 포르쉐도 살고, 슈퍼카 브랜드도 살았다. 카이엔은 포르쉐 적자 탈출에 기여한 것은 물론 포르쉐 판매신화를 썼다.
"차는 낮아야 제맛"이라던 슈퍼카 브랜드는 물론 SUV는 품격이 떨어진다고 무시했던 럭셔리 브랜드도 '카이엔 따라하기'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낮은 차의 전설' 911을 앞세워 '스포츠카 대명사'로 자리 잡은 포르쉐가 높고 투박하고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SUV를 내놓자 혹평과 비난이 쇄도했다.
현실은 달랐다. 카이엔은 죽어가던 포르쉐를 되살린 것은 물론 '판매신화'까지 썼다.
2002년 1세대, 2010년 2세대, 2018년 3세대로 진화한 카이엔은 포르쉐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됐다.
카이엔이 성공하자 낮은 차를 고수하던 슈퍼카 브랜드들은 초초해졌다.
2010년대 들어 SUV가 대세가 되면서 더 이상 낮은 차만으로는 브랜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았다.
벤츠, BMW, 아우디가 내놓은 프리미엄 SUV에도 '품격'을 이유로 꿈쩍하지 않았던 럭셔리 브랜드들도 카이엔 성공에 충격을 받았다.
2012년 마침내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와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가 내놓은 '슈퍼 SUV'가 콘셉트카로 모습을 나타냈다. 벤틀리는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다.
두 차종도 대박을 터트리면서 슈퍼 SUV(SSUV)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마세라티는 르반떼, 페라리는 푸로산게, 애스턴마틴은 DBX707를 각각 후발주자로 내놨다.
판매대수를 보면 슈퍼 SUV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대란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차종별로 살펴보면 카이엔 동생으로 브랜드 두 번째 SUV인 마칸이 8만8362대로 가장 많이 판매됐다. 카이엔은 8만3071대로 그 뒤를 이었다.
순수 전기차인 타이칸은 4만1296대, 스포츠카 아이콘인 911은 3만8464대, 파나메라는 3만220대, 718 박스터와 718 카이맨은 2만502대 팔렸다.
벤틀리도 벤테이가에 힘입어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31% 증가한 1만4659대다.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세웠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13% 증가한 8405대다.
우루스는 5021대 팔렸다. 람보르기니 판매 대수 10대 중 6대는 우루스라는 뜻이다. V10 우라칸은 2586대, 아벤타도르는 798대로 그 뒤를 이었다.
롤스로이스도 컬리넌에 힘입어 117년 역사상 가장 높은 연간 판매량을 지난해 달성했다.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49% 증가한 5586대다. 판매량 증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모델은 고스트이고, 그다음이 컬리넌이다.
포르쉐 판매 1위는 1만9029대 팔린 카이엔이다. 마칸은 1만8329대로 그 뒤를 이었다. 벤틀리 판매 1위도 벤테이가다. 10대 중 4대가 벤테이가 몫으로 나왔다.
우루스는 매년 판매 기록을 경신하면서 지난달 15일 출시한 지 4년 만에 2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판매대수도 2만대에 달하면서 람보르기니 역사상 최단 기간에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로 등극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집계한 올 1~5월 판매 현황에 따르면 포르쉐 판매대수는 4025대다. 이 중 카이엔 몫은 1452대다. 포르쉐 차종 중 가장 많이 팔렸다.
롤스로이스 판매대수는 101대다. 컬리넌은 41대 팔리면서 브랜드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람보르기니는 같은 기간 113대를 판매했다. 우루스는 82대 팔렸다. 역시 브랜드 판매 실적을 책임졌다.
수입차업계 관계자는 "슈퍼 SUV는 전동화 모델들이 정착하기 전까지 슈퍼카·럭셔리카 브랜드 생계를 책임지는 돈줄(캐시카우)이 될 것"이라며 "이들 브랜드는 전동화 SSUV 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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