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표테크?..암표상 만나보니 "1년 생활비 뚝딱 벌어요" [인생취재]

김지선 인턴기자 2022. 7. 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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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상 "불법 아냐, 1년치 생활비 뚝딱"
"신발 리셀은 되고, 티켓 되팔기는 왜 불법?"
전문가 "매크로 사용 그 자체 불법 아냐
규제 공백 존재, 규칙 구체화 필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의 내한 경기 암표 가격이 1자리에 3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해당 자리 정가는 40만원. 중고 플랫폼 캡처
[서울경제]

'인생취재'는'인'턴 기자들이 발로 뛰어 작성한 ‘생’생한 취재 기사입니다.

해리 케인 팬인 김준수(25·남) 씨는 토트넘의 방한 경기 티켓을 구하지 못했다.

내달 13일 열리는 토트넘과 '팀K리그'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입장권이 약 25분 만에 매진됐기 때문이다.

같은달 16일 예정인 토트넘과 세비야의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 입장권 역시 약 20분 만에 동난지 오래다.

대기 순번은 8만 명대를 넘어섰고 100만원이 훌쩍 넘는 암표마저도 구하지 못해 김씨는 매일같이 중고 플랫폼을 기웃거리고 있다.

쿠팡플레이 측이 공개한 토트넘의 방한 경기 티켓 정가는 프리미엄A 40만원, 프리미엄B 30만원, 프리미엄C 25만원, 1등석A 20만원, 1등석B 17만원, 1등석C 15만원 등이다.

그러나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티켓을 정가보다 최대 7.5배 더 비싼 300만 원에 버젓이 팔고 있었다.

코로나 여파로 약 3년 만에 열리는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22’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암표상들에게 ‘수확의 계절’이 돌아온 셈이다.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암표 판매를 할 경우 처벌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형 이벤트철만 되면 암표상이 활개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암표 판매로 인한 이득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암표를 판매하는 A씨는 “(표를 구하기 위해) 알바 10명 정도 두고 매크로 돌리는데, 성공하면 수고비 5만 원 이상 받고 실패하면 환불은 안 해준다. 그래도 ‘해달라’고 문의는 빗발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는데 돈이 안 되겠나. 몇 개만 해줘도 1년 치 생활비는 그냥 나온다”고 했다.

신발 등을 구매한 후 되팔아 이득을 챙기는 ‘리셀’이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 받으면서 암표 판매를 ‘표테크’로 여기는 이들이 덩달아 늘어나면서 암표 판매가 더욱 더 횡횡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씨는 “신발은 리셀로 비싸게 되파시면서 암표는 싫어하면 아 다르고 어 다른거죠. 불법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A씨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많다는 데 있다.

온라인상에선 “신발 리셀은 ‘암신’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티켓 리셀은 왜 ‘암표’라 해서 근절하려고 하는지 의문입니다”, “형평성에 맞게 모든 리셀도 그럼 다 반대하는게 맞아요”, “샤넬백, 조던 리셀테크 인정이면 암표도 표테크 인정”, “아이디 몇개씩 돌려서 신발 당첨받아 비싸게 되파는데, 암표랑 뭐가 달라요?” 등의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가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이른바 ‘리셀(resell)’을 둘러싸고 티켓 되팔기 행위 역시 암표가 아닌 표테크라는 주장과 리셀과 암표를 구분 짓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라며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커뮤니티 캡처

그러나 암표판매는 엄연한 불법행위다.

실제 경범죄 처벌법 제3조 2항은 경기장, 공연장 등 현장에서 암표를 판매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지만 업무방해 혐의로 처벌 받을 수 있다.

인턴기자는 토트넘의 방한 경기 티켓을 포함한 각종 공연 및 스포츠 경기 티켓을 암표로 판매하는 A씨의 취재 동의를 얻고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중고 플랫폼 캡처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 2018년 예매 사이트 아이디 94개를 만들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4년 간 1만186장의 프로야구 경기 암표를 판매한 자에게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그 자체를 불법이라 할 수는 없으며, 암표상들이 공식 티켓 판매처 등을 해킹하는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가능성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공연 및 스포츠 주관 업계 관계자도 “공식적인 구입처를 통하지 않은 티켓의 임의적인 상거래는 불법행위”라면서 “이로 인해 발생한 피해의 책임은 전적으로 구매 당사자에게 있으며 주최, 주관, 예매처는 어떤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해당 사실은 모두 예매 사전에 글을 통해 공지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백 변호사는 “지난 2021년 암표 거래 방지에 대한 공연법 개정이 있었지만, 처벌의 직접적인 근거 규정이 아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노력 의무만 신설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관련 시행령과 시행 규칙의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지선 인턴기자 kjisun9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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