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홀릭' 풍자에 오은영 "진정한 나 돌봐야"(금쪽상담소)

이재은 온라인기자 2022. 7. 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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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방송화면 캡처


유튜버 풍자(본명 윤보미)가 오은영 박사와 만났다.

풍자는 지난 1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 출연해 자신의 고민에 관해 이야기했다.

풍자는 금쪽상담소를 방문한 배경을 묻는 말에 “저는 저를 ‘미친 애’로 표현하고 싶다. 쉬는 날이 하루도 없다. 하루에 방송만 3~4개씩 한 적도 있고. 잠자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오늘도 한두 시간 자고 왔다”고 밝혔다.

이어 1년 반 전에 받은 인공 관절 수술을 언급하며 “46시간 동안 물까지 금식한 상황에서 마취가 깨자마자 방송을 했다”며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바심이 난다.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답답해지면서, 한 시간이라도 쉬면 불안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수술 당시 좀 쉬었냐”고 질문하고 풍자는 “인공 관절 그중에서도 고관절 수술 같은 경우 3개월 동안 걸을 수 없는데 저는 3일 만에 걸었다. 갑자기 두려워지더라. 비록 아파서 쉬고 있지만 ‘내가 잊혀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확 들었다. 그래서 워커를 가져와서 간호사 선생님들 몰래 새벽 내내 걸었다”고 답했다.

오 박사는 “생명, 건강, 꼭 필요한 휴식을 뒤로하고 일을 하고 계신다. 이거는 워커홀릭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홀릭은 좋은 개념은 아니다. 워커홀릭스를 ‘잘 포장된 심리적인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일을 좋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을 안 하면 마음이 너무 불편한 거다. 그래서 일을 강박적으로 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이후 풍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를 회상하며 현재 ‘일 중독’이 된 상황을 되짚어 본다.

풍자는 “우리 막냇동생이 3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할머니께서 저희를 돌봐주셨다. 그런데 할머니가 1년도 안 돼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지방으로 일을 다니셨고 저희 삼남매가 살았다. 애들 씻기도 학교 보내고 다녀오면 밥 먹이고 그랬다. 그때 동네 어르신들이 ‘애가 애를 키운다’ 이렇게 말하셨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생활비를) 보내주시는데 그때 당시에 한 달에 3만 원을 받았다. 집에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했었는데 돈 3만 원으로 이 값을 낼 수가 없었다. 저는 아직도 그 기름값을 기억한다. 얘들 다 안고 자고 그랬다. 또 동생이 알림장 가져오는 게 제일 무서웠다. 준비물을 챙겨야 하니까. 알림장을 가져오면 친구 집에 가서 ‘어머니 죄송한데 이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서 준비물 챙겨줬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자는 것도 뭐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고 속내를 밝혔다.

풍자는 동생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당시) 동생들이 너무 힘들어했다. 동생으로부터 ‘부모 없는 아이라고 놀려서 밥을 못 먹겠다는 말을 들었다’ ‘나한테 냄새가 난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무너지고. 저는 (그런 소리를 들어도 괜찮은데) 왜 동생들이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할까 이런 생각이 컸다. 저는 괜찮은데 동생들만 학교 잘 다닐 수 있게 해주시고 먹는 것만 문제 없도록 해주시고, 이런 생각을 매일 했었다”고 덧붙였다.

오 박사는 “사실 풍자가 말하는 것은 부모의 심정이다. 이런 것들을 마더링이라고 하는데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거다. (풍자 씨가) 이런 역할을 하셨던 것 같다. 상황을 이해하고 그러나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삶의 끈을 놓을 수도 없는 거고 동생을 돌봐야 하는 거고”라며 풍자의 과거 상황을 함께 짚었다.

그러자 풍자는 “그때의 감정은 설명이 안 된다. 그냥 ‘어떻게 살았지?’라는 생각이 든다. 남동생이 표현을 절대 하지 않는 아이다. 그런데 생일날 편지를 써 주더라. ‘어른이라는 이유로 혼자서 참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마지막에 ‘너는 내 엄마고 아빠다’라고 글을 써줬다. ‘헛되지는 않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릴 때 고생을 하고 이런 게, 그냥 어렸을 때 힘들었던 게 이 편지 하나로 다 끝났다”고 당시의 감정을 표현했다.

이에 오 박사는 “(풍자 씨가) ‘왜 일에 메달릴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풍자 씨가 어릴 때 너무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궁핍했고. 이것을 동생에게 주고 싶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열심히 일을 하시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풍자가 “‘내가 좀 움직이고 내가 하면 되지’라는 생각 때문에 일을 안 하면 불안하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 것 같아서”라고 말하자 오은영은 “진정 나 풍자라는 사람은 무엇을 원하고 어떤 것이 필요한지 이것은 잘 못 돌보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오 박사가 “몇 개월에 한 번씩 오는 아버님이 원망스러운 적은 없었냐”고 조심스레 묻자 풍자는 “그런 것은 없었다. 아버지도 지방에서 일을 하고 계셨지만, 거의 6개월 또는 8개월, 1년 만에 한번 보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꼬질꼬질하고 꾀죄죄하고 얘들 말라 있고 이러니까 아버지도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든 거였을 거다. 이런 아빠의 마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어서. 어렸을 때도 크게 원망은 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오 박사는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다. 꼬질꼬질한 모습을 보면 아버지는 얼마나 속이 상하실까. 이거는 자식과 아버지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거다. 인간은 부모로부터 너무나 본능적으로 받고 싶은 사랑이 있다. 이런 것을 너무 못 받으면 이 부분에 구멍이 생긴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다면 그 지점으로 가서 아픈 부분을 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나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내가 이런 것에 영향을 받아서 이렇게 성장해서 ‘이런 과정을 겪었구나’라는 것을 잘 이해해야 진정 회복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내면의 성숙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직면을 해서 성장하는 단계에서는 일시적으로 어쩔 때는 부모에게 원망하는 마음이나 미워하는 마음도 든다. 그런데 풍자 씨는 이 것을 직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마음 안에 있는 인간이기에 느껴지는 서운함과 원망의 마음마저도 부정하는데. 이거를 반동형성이라고 한다. (풍자 씨는) 마음 속 원망과 서운함이 드러나게 될까 봐 두려워서 정말 깊은 속을 못 들어간다. (그래서) 일을 안 할 때는 너무 불안한 거다”고 분석했다.

한편 ‘오은영의 금쪽상담소’는 매주 금요일 오후 9시 30분 방송된다.

이재은 온라인기자 rheel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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