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역대 A대표팀 '최장수' 벤투호를 통해 얻은 교훈

박공원 칼럼니스트 2022. 7. 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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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대표팀은 차근차근 레벨업하며 가볍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돌이켜 보면 벤투호는 그런 후방 지원을 충분히 받은 팀이었다.

하지만 이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한 것만으로도 우리 축구는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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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박공원의 축구 현장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주목할 만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임 감독제 실시 후 월드컵 예선을 모두 완주하고 본선을 준비하는 몇 안 되는 케이스라는 점이다.

그간 한국 축구는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고비가 오면 감독 교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리곤 했다. 위기는 돌파했으나 그 후유증은 굉장히 심했다. 특히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과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그랬는데, 이를 통해 한국 축구의 가장 큰 자산인 홍명보·신태용 감독이 허망하게 소비됐다는 안타까운 자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대표팀은 차근차근 레벨업하며 가볍게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덕분에 벤투 감독은 한국 축구사상 최장수 감독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벤투 감독의 성공 사례는 한국 축구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축구판에서는 감독이 팀을 완성하려면 보통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 있다. 선수 소집이 자유롭지 못한 대표팀의 경우에는 그만큼 팀을 다져나가는 게 힘들다. 요컨대 좋은 팀을 가지려면 인내가 필요하다. 뚜렷한 철학과 로드맵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세상사 마음대로되진 않는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탄탄한 로드맵을 나름 쌓았다고는 해도, 어느 팀이든 고비를 만나게 되어 있으며 거기서 쓰러지면 팀은 힘을 잃게 된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한국 축구계에 지니는 의미를 생각하면, 그릇된 길을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작정 인내하는 건 굉장히 미련한 일이다. 대표팀 성적은 단순히 대표팀만의 성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월드컵 본선에 나가지 못하게 될 경우 우리 축구계는 막심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래서 주변의 견제 및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위원회 등 테크니컬 파트는 물론이며 언론, 그리고 건전한 시각을 가진 팬심 모두가 대표팀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건강한 비판과 조언을 해줄 수 있도록 분위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벤투호는 그런 후방 지원을 충분히 받은 팀이었다. 이를테면 빌드업 축구와 관련한 이슈가 그랬다. 기술위원회는 벤투호가 기존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바람막이가 되어주었고, 언론과 여론은 이 방식에 관련해 이런 저런 평가를 내놓긴 했지만 굉장히 건전한 논쟁 수준에서 그쳤다.

벤투호 역시 이런 분위기 덕에 팀을 운영하고 정비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조를 지킨 덕에 빌드업 축구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황인범과 같은 우수한 인재를 우리는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벤투호가 본선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본선에서 좋지 못한 성과를 내어 지금까지 받았던 호평이 망가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긴 호흡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한 것만으로도 우리 축구는 한 단계 성숙했다고 본다. 당면한 경기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스타일과 철학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은 향후 대표팀 차기 감독을 선임할 때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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