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 '탑건'에는 있고, '탑건: 매버릭'에는 없는 사람들

현화영 2022. 7. 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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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 스틸컷.
 
영화 ‘탑건’(감독 토니 스콧, 1986)의 속편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이 지난 달 22일 국내에서 개봉했다. 개봉 직전 톰 크루즈를 비롯한 제작진이 대거 내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6년 전 ‘탑건’을 관람한 세대로서 두 영화가 얼마나 비슷하고 다를지 궁금했다. 그래서 1편과 2편을 연달아 봤는데, 예상을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기종만 달라졌을 뿐, 영화 내내 펼쳐지는 전투기의 비행 모습과 굉음 등도 예상대로였고, 주인공의 삶도 왠지 그럴 것 같았다였다.

이번 칼럼에선 1편에는 있고 2편에는 없는 것들과, 1편에는 없지만 2편에는 있는 사람들을 좀 찾아보며 변화를 짚어봤다.

먼저 두 편 모두에 매버릭은 있다. 2편에서도 주인공은 매버릭이다. 톰 크루즈를 스타로 만들어준 캐릭터 매버릭은 1편과 2편의 시간 차이만큼 나이가 들어, 대위에서 대령이 되어있다. 다만 흐른 시간에 비하면 진급은 많이 못 했다. 

매버릭은 1편에서도 모범군인은 아니었는데, 2편에서 “매버릭이 사고 치면, 아이스가 수습해준다.”는 식의 이야기를 주위에서 하는 걸 보면 그사이도 여전했던 것 같다. 2편에서 아내도 자식도 없는 혼자인 모습도 왠지 당연하게 느껴진다. 매버릭이라면 일에서든 사생활에서든 자유롭게 살아왔을 것 같다.

아이스는 1편에서는 매버릭의 경쟁자였지만, 2편에서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한다. 1편에서 동기 중 1등 탑건이 됐던 것처럼 능력도 인정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사이 태평양 사령관도 지낸 것으로 나온다. 다만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다. 

아이스는 1편에서 마냥 못된 악역은 아니었다. 선의의 경쟁자로 그려진 편이었고, 마지막엔 매버릭과 협력해 적을 물리치고, 목숨을 빚진 전우가 되었다. 그 인연을 현재까지 이어 온 것으로 보이고, 자식에 손주까지 대가족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언뜻 봐선 소위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한 것 같다. 

1편에서 매버릭과의 비행 중 사망하면서 매버릭에게 위기를 가져다주었던 절친 구스는 당연히 2편에 없다. 회상 장면을 통해 여러 번 등장하고, 아들 루스터가 매버릭 옆에 있다. 1편에서 꼬마였던 루스터는 뜻하지 않게 교관과 생도의 관계로 매버릭과 만나, 불만이 많아 보인다. 그사이 엄마 캐롤도 세상을 떠났고, 매버릭과는 사이도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1편이 매버릭의 성장기였다면, 2편은 루스터의 성장기이다. 1편에서 매버릭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2편에서는 루스터가 아버지 친구 매버릭을 이해하게 된다. 바꿔 말하면, 매버릭은 1편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와 2편에서는 죽은 친구 아들과 관계를 회복한다. 대를 이어 조종사가 매버릭 부자와 구스 부자를 통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가 재등장한 셈이다. 

1편에서 조종사로서의 성장 이야기만큼이나 중요하게 다뤄졌던 사랑 이야기를 해보자면, 1편에서 매버릭과 연애하던 찰리가 2편엔 없다. 대신 1편에서 몇 차례 이름만 등장했던 페니가 등장한다. 1편에서 매버릭의 상관과 구스의 아내 캐롤이 언급됐던 매버릭의 전 여자친구이자 장군의 딸인 페니가 2편에서 그 술집의 사장이 되어 딸과 함께 나타난다. 

그사이 페니와 매버릭은 만나고 헤어지는 역사가 더 있었던 듯하다. 덕분에 누구보다 매버릭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매버릭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페니는 1편의 찰리처럼 매버릭의 모터사이클 뒤에도 타고, 그림 같은 데이트 장면 속에 등장하지만, 1편처럼 스타킹 신은 뒷모습이 훑어지는 식으로 대상화되진 않는다.

그리고 1편과 2편 모두에 ‘적’은 비슷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1편에서도 적국이 명확히 나오진 않았다. 미그기가 언급되는 것으로 보아 다시 소련과 연관된 국가 정도로 추정될 뿐이었다. 2편도 마찬가지다. 최신 전투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 위협을 가하는 국가 정도로만 언급된다.

전투기와 미사일엔 큰 별이 표기되어있고, 조종사들은 미 해군 조종사들과는 달리 짙은 색의 선바이저 헬멧을 쓰고 있어 표정도 잘 알 수 없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정체 모를 적으로 등장해, 우리의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화해하고, 평화를 지키는데 한몫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1편에 비해 2편에서는 적대 관계가 덜 묘사된다. 1편에서는 긴박한 실전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탑건 교육과정과 상황실과의 교전 상황에서 ‘적’의 위험성에 대한 언급이 자주 등장하지만, 2편에서는 그보다는 AI와 경쟁하게 된 조종사의 상황, 조종사의 실력 등이 더 강조된다.  

1980년대 냉전 시대와는 달라진 세계정세와 급속한 기술 발전의 시기가 반영된 거라고 볼 수도 있고, 상업영화들이 흔히 취하는 영리한 태도라고도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슈는 인류 혹은 개인의 이슈로 포장하는 태도 말이다. 

그 사이 토니 스콧 감독의 사망,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등을 거쳐, ‘톱건:매버릭’은 드디어 개봉했고, 세계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6월 30일까지 218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해, 2022년 개봉 영화 중 다섯 번째 흥행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향수의 영화,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영화일 ‘탑건: 매버릭’을 보며 나의 30여 년 전과 30여 년 후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했다. 나는 여전한가? 나는 여전할 것인가? 세상은 또 얼마나 변할 것인가?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 

※ 외부 필진의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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