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석유부자들 거액 베팅.. 스포츠 시장 판도 흔들다 [뉴스 인사이드]
사우디 국부펀드 후원 받는 'LIV 골프'
600조원 자산규모 바탕 역대급 돈잔치
슈퍼컵 축구·레이싱대회 유치 하기도
스포츠 산업 통해 국가 홍보 도구 활용
석유 의존 탈피 산업구조 다변화 노려
"국제사회 겨냥 이미지 세탁용" 비판도
LIV골프는 약 600조원 규모 자산을 갖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후원을 받아 독자적으로 출범한 골프 시리즈로 막대한 상금 규모로 미국과 유럽 정상급 프로골퍼들을 유혹하는 중이다. 지난달 10일 영국 런던 근교 센추리온클럽에서 개막전을 성공적으로 치러 내기도 했다. 이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 기존에 골프계를 주름잡던 조직의 반발을 불러왔고, 결국 골프계는 PGA에 잔류하는 선수와 LIV골프로 향하는 선수, 두 진영으로 나뉘었다.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해 양쪽 진영이 모두 참가했던 US오픈은 PGA와 LIV골프를 대표하는 유명 골퍼 격전장이 됐지만 정작 우승은 무명의 매슈 피츠패트릭(미국)이 차지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승자가 누구냐가 아니었다. 이미 세계 골프계 지각변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스포츠계 장악한 오일머니
2020년에는 세계 최고 자동차 오프로드 레이싱대회인 다카르랠리도 유치했고, 프로레슬링 단체인 WWE 경기도 사우디에서 열렸다. 이미 이웃 UAE와 카타르는 F1 레이싱과 프로테니스 투어 등 각종 중량급 스포츠 이벤트 개최지로 자리 잡은 상태에서 중동 오일머니의 큰손인 사우디가 더 큰 규모로 판을 키워 본격적으로 참전했다.
이런 오일머니의 스포츠산업 진출 목표는 표면적으로는 ‘홍보’다. 압둘아지즈 빈 투르키 알프린스 사우디 스포츠부 대변인은 2019년 “지역 내 ‘스포츠 허브’ 타이틀을 따는 것이 우리 왕국 목표”라면서 “스포츠산업을 통해 사우디를 홍보하고, 또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도 국가 홍보 도구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기존 산업구조를 개편하려는 시도의 일환이기도 하다. 21세기 들어 사우디, UAE 등을 주축으로 기존 자원 중심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서비스, 관광 등으로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고, 이를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스포츠가 선택됐다.
그러나 진짜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나온다. 자원 부자들이 이미지 세탁을 위해 스포츠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 뉴욕타임스는 LIV골프 논란이 극에 달했던 지난 6월 초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8년 반정부 언론인 살해와 예멘 내전 획책 등 악화된 국제사회 이미지 개선을 위해 최근 수년간 초대형 스포츠 행사에 수조원의 오일머니를 쏟아부으며 ‘스포츠워싱’에 정점을 찍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스포츠워싱은 고문과 인권침해 등으로 비판받는 동유럽 석유 부국 아제르바이잔이 2010년대 중반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등을 유치하는 등 스포츠산업에 적극 진출하려 하자 나온 표현이다. 사우디 외에도 UAE와 카타르 역시 인권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가들이다. 일각에서는 오일머니의 이런 움직임이 정보를 숨기려다 오히려 대중의 관심을 더 끌게 되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최근 격화하고 있는 오일머니의 스포츠계 침공이 어떤 ‘나비효과’로 이어질지 스포츠팬뿐 아니라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선수보다 유명해진 스타 구단주들
막대한 투자로 팀을 성장시키는 구단주를 일컫는 ‘슈거대디’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이런 슈거대디의 원조 격, 만수르는 대표 격인 인물이다.
이 중 아브라모비치는 시즌 중 수차례 경기장을 찾으며 첼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줘 축구팬들로부터 가장 이상적인 구단주로 손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아브라모비치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촉발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첼시 구단주 자리에서 퇴진하게 됐다. 영국 정부가 아브라모비치의 구단 소유를 반대해 첼시를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지난달 미국계 자본에 구단 소유권을 넘기고 20년 만에 팀을 떠났다.
만수르 역시 거침없는 투자로 맨시티를 최정상 클럽으로 이끌며 각광을 받아 왔다. UAE 왕가 33명 형제 중 한 명일 뿐이었던 그는 10여년 만에 중동계 투자자본을 상징하는 인물이 돼, 유명세를 바탕으로 세계적 규모로 스포츠를 포함한 투자를 이어 가는 중이다. 그가 소유한 ‘시티풋볼그룹’에는 맨시티 외에도 뉴욕시티(미국), 멜버른시티(호주), 지로나(스페인), 트루아(프랑스),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 등 무려 12개 구단이 소속돼 있다. 만수르는 이 구단을 매개로 한 부동산 투자를 통해 더 큰 부를 쌓아 가는 중이다. 경기장과 구단시설 개발을 인근 부동산 개발과 묶어 추진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그의 방식은 이후 비슷한 투자에 나서는 해외 자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최근에는 파리 생제르맹(PSG)의 나세르 알 켈라이피 구단주도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2011년 PSG를 인수한 카타르 국부펀드 의장으로 모국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프로테니스 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바탕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이어 가며 또 한 명의 스타 구단주로 떠오르는 중이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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