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장관,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재뿌렸다

은현탁 기자 2022. 7. 2. 09: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돼가고 있지만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대한 시나리오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과제에 공공기관 추가 이전이 포함돼 있지만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을 했죠. 정부내에서도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놓고 엇박자가 나는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와 원 장관이 해명을 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이른바 '공공기관 시즌2'로 불리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지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국정과제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알맹이 없어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습니다.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지난 4월 지역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를 통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기정사실화했죠. 그렇지만 언제, 얼마나, 어디로 공공기관을 이전할지 구체적인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국정과제 관련해 "(추가로) 어떤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갈지는 지금 단계에서는 결정하지 않았다. 대부분 공공기관이 (지역으로 가는 것에) 반대한다. 반대하는 것은 중앙정부, 지자체와 지역사회가 설득해 나가야 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공공기관 이전이 쉽지 않음을 예고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지역균형발전 비전 대국민 발표 자료도 너무 무성의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와 비교해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대통령 공약 사항이기 때문에 마지못해 끼워 넣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을 추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뜨뜻미지근한 분위기입니다.

인수위는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과 관련해 △지방 이전이 가능한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을 조사해 지역균형발전 효과 극대화를 위한 입체적·종합적 지방 이전 추진 △이해 관계자(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노조 등) 간 사회적 합의 도출 및 이전 기관과 이주 직원에 대한 지원방안 마련 등의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입체적·종합적 지방 이전이라고 표현했는데 말은 거창한 것 같지만 내용이 빈약합니다. 이해 당사자 간 합의 도출을 명시한 것도 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합의가 안되는 기관은 이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국토교통부, 원 장관 부랴부랴 해명

이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공공기관 이전에 역행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가 3일 뒤에는 30일에는 해명하는 발언을 늘어 놓았습니다. 원 장관은 2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 기조연설에서 "과거에는 수도권 발전을 억제하고 수도권 시설을 지방으로 강제 이전해 수도권과 지방의 성장 격차를 줄이는데 몰두했다. 이러한 획일적인 분산 정책은 결국 실패했고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더욱 심화됐다"면서 "앞으로 도시간·지역간 압축과 연결(Compact&Network)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과 도시 혁신을 실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 장관은 공공기관 1차 지방이전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했고, 압축과 연결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했어요. 전국의 혁신도시 육성 보다는 지방의 도시 간 메가시티 조성에 무게를 둔 듯한 발언으로 보여집니다.

원 장관과 국토교통부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죠. 원 장관은 30일 "관훈클럽 토론회 발언과 관련해 오해나 궁금증이 있는 것 같다"며 "'수도권 자원들을 빼내서 이식하는 방식은 실패했다'는 이 부분을 가지고 공공기관 이전 반대하는 것이냐고 연결시키는데 전혀 그런 뜻이 아니다"고 밝혔어요. 그는 이어 " 혁신도시 자체를 중단시켜 유야무야하거나 원상복구하는건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추가 공공기관 이전은 진행될 것"이면서 "정권 출범 초기여서 아직 공공기관 이전에 집중적인 역량을 쏟지 못하고 있어서 그럴 뿐 방향이 바뀐 건 아니다. 대통령 공약은 정부가 특단의 사정 변경이 없는 한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토교통부도 1일 '공공기관 추가 이전 등 균형발전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는 제목의 별도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관계부처와 협업해 공공기관·노조·지자체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장과 국토부가 해명을 했지만 진전된 내용이 전혀 없으니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써 큰 의미 두지 않는 김태흠 지사

김태흠 충남지사는 원 장관의 발언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공기관 이전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분이 아니다. 충남혁신도시 조성 과정에서 원 장관의 언급은 중요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원 장관이 공공기관 이전을 핸드링할 수 있는 부처의 장도 아니다"면서 "충남이 혁신도시 후발주자인 만큼 지역 경제와 인구에 더 많은 도움이 되는 기관을 우선적으로 유치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지사가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복안이 있는 것인지는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습니다.

김 지사는 지방선거 기간동안 충남혁신도시인 내포신도시에 수도권 공공기관을 이전해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만들 것을 약속했죠. 그는 "공공기관 이전은 특별한 노력 없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로 기존 3개 기능군에 국한하지 않겠다"며 "직원수와 예산 규모가 큰 기관 위주로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혁신도시 출발이 늦은 만큼 특별 배려를 강력히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원 장관의 발언으로 혁신도시 지역의 주민들과 시민단체들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촉구하는 충청·강원·영남·호남·제주 시민사회단체는 30일 성명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하고 국정과제에 포함된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 신속 추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도 모자랄 시기에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발언은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성명은 이어 "이런 발언은 1단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성과와 평가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장관이 2단계 이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직무조차 제대로 인식·파악하지 못하고 있거나 윤석열 정부가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수도권 규제완화를 통한 수도권 대학 정원 확대 추진과 원 장관의 발언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공언해 온 지역균형발전은 선거용으로 생색만 내다 포기하고 수도권 위주 성장개발로 가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네요.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공공기관 이전

공공기관 1차 지방 이전은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5년 처음 계획됐지만 2014년 본격적으로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이뤄지기 시작했어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20년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에 112개 공공기관이 이전했죠.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에너지신산업 중심의 16개 공공기관이 이전했고, 다음으로 부산에 첨단해양신산업 분야 13개 공공기관이 이전했습니다. 이밖에 개별 이전 22개와 세종시 이전 19개 공공기관을 포함하면 모두 153개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한 셈입니다.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는 2020년 기준 계획인구 대비 83.6%를 달성하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다만 혁신도시가 대부분 신도시나 신시가지형이다 보니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원 장관의 말과는 달리 공공기관 1차 이전이 없었다면 수도권 집중이 더 가속화됐을 것 입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윤석열 정부나 문재인 정부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기간 5년 동안 뜸만 들이다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임기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사실 지난해(2020년) 청와대에 보고했다. (2021년) 4·7 보궐선거 전후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신중 모드"라며 "국민 여론을 수렴해 정무적으로 판단할 것 같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당시 보다 지금의 상황이 좋아진 게 없는 듯 합니다.

◇수도권에 여전히 공공기관 44% 위치해

수도권은 공공기관의 1차 지방 이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많은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습니다. 공공기관 10개 중 4개가 수도권에, 3개 중 1개는 서울에 자리하고 있어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 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공공기관 370개 가운데 수도권에 44.3%인 164개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서울이 125개로 전체의 33.8%를 차지해 가장 많고, 경기가 31개(8.4%), 인천 8개(2.2%) 순입니다.

수도권 다음으로는 연구단지가 있는 대전(40개)과 국책연구기관이 위치한 세종(26개), 부산(22개), 대구·전남(각각 16개), 충북(14개) 등의 순입니다. 지방에서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공공기관이 더 부족한 광주(4개), 충남(7개) 등의 목소리가 큽니다.

충남은 공공기관 이전에 관한한 최대 피해 지역입니다. 세종시가 조성된다는 이유로 공공기관 이전을 전제로 한 혁신도시 지정이 배제되면서 불이익을 당했죠. 뒤늦게 충남혁신도시 지정 100만인 서명운동까지 벌여가면서 2020년 10월 가까스로 내포신도시를 혁신도시로 지정받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무늬만 혁신도시일뿐 아직까지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은 전무한 상태입니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