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 펼쳐진 '평화영화'의 향연

이상현 2022. 7. 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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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됐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올해 4회 째 행사가 최근 치러졌는데요.

평화를 주제로 한 국내외 다양한 영화가 선을 보였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장마철에도 불구하고 대관령 자연과 함께 스크린의 향연을 즐긴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는데요.

그 현장에 이상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지난달 23일.

평창올림픽 시상식장이었던 올림픽메달광장에 화려한 조명이 밝혀지고, 낯익은 배우와 감독들이 하나둘 입장합니다.

4회째를 맞은 평창 국제평화영화제의 개막식 현장.

"평창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개막작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단초가 됐던 유로마이단 반정부시위를 배경으로, 국적을 옮겨 스위스 대표팀이 된 어린 우크라이나 체조선수의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 상영됐습니다.

[엘리 그라페/'올가' 감독] "우리가 우크라이나로부터 매일 보는 이미지들 뒤에는 여전히 현실이 존재합니다. 관객 분들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기 위해 가능한 적극적으로 나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66개국에서 역대 최다작품인 975편이 경쟁부문 공모에 지원해 예심을 거쳐 본선진출작이 결정됐는데요.

엔데믹과 함께 야외공연과 부대행사가 부활한데다 해외영화인들도 모처럼 찾아와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다선/대학원생] "2회때 한번 왔고 이번 4회가 두번째인데 매년 발전해가는 느낌, 영화작품도 더 좋아지는 것 같고"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번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엔 28개국에서 모두 88편의 영화가 출품됐습니다. 현재 이곳 평창 대관령면 곳곳에서 상영되고 있다는데요. 어떤 모습인지 하나씩 찾아가보겠습니다."

탁 트인 대관령의 자연을 활용한 상영관들이 우선 눈에 띄었습니다.

평창 대관령의 여러 캠핑장에선 야외상영을 통해 자연과 관객, 그리고 영화가 하나가 되었고요.

평창영화제의 상설공간으론 처음 조성됐다는 수변 산책길 상영관에선 영화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국제장편경쟁 부문의 출품작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방은진/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야외상영이라든지 야외공연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규모를 좀 키웠습니다. 그래서 전국에서 오신 영화제 관객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도 좀더 같이 즐길 수 있도록 그 부분을 가장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그 뒤쪽, 평소엔 수확한 감자들을 쌓아 보관하는 곳이라는 마을 창고에선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출품된 젊고 짧은 영화들이,

[김강민/'또는 부' 감독] "되게 적은 예산으로 되게 짧은 기간 거의 하루정도 살짝 넘어가는 기간에 찍었고 한 3백만원 내외의 정말 적은 예산으로 찍었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기술적으로 좀 열악한 면이 있었습니다."

평창올림픽때 스키같은 설상 종목 경기들이 펼쳐졌던 리조트에선 영화제에 초청된 특별한 영화들이 상영되고 있었는데요.

지구촌 곳곳에서 무수한 절망에 맞닥뜨리면서도 끝내 희망의 끊을 놓지 않는 해외 영화들.

질풍노도의 시기를 벗어나 현실의 세계에 착륙해야 하는 스무살 청춘들의 힘겨운 성장기를 다룬 한국영화들.

그리고 남북분단의 상황과 그 역사성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까지.

[김동원/'2차 송환' 감독] "전향이나 비전향이나 큰 차이를 저는 느끼지 못하는데 그 글자 한 자 때문에 고향으로 가고 안가고 이게 좀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전향 장기수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를 한 자리에서 만나고 영화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세계를 이해해보는 시간은 영화제에서만 느낄수 있는 독특한 매력입니다.

[강지수/경기도 성남] "개봉관에서 잘 만날 수 없는 그런 외국영화들을 또 우리나라 독립영화들을 볼 수 있는 기회니까요. 남들보다 좀 먼저 좋은 영화를 만날 수도 있는거고요. 또 감독 분들이나 배우 분들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되니까"

1983년 가상의 핵전쟁을 그리며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TV영화 '그날 이후'의 제작과정과 영향을 다룬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국제장편경쟁부문 대상은 호주 감독이 만든 이 작품에 돌아갔습니다.

[제프 다니엘스/'텔레비전 이벤트' 감독] "저는 1983년 분열됐던 미국이 어떻게 이 단순한 TV영화로 인해 나라 전체가 이전엔 논의하지 않았던 주제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하게 됐는지 그 과정을 살펴봤습니다."

심사위원상은 1990년대의 한 초등학생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세심하게 고찰해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됐던 우리나라 작품이 차지했고요.

"삼촌, 가정의 달은 왜 있는거야?" "사람도 1년에 한번씩은 생일을 축하해주잖아? 가족도 그런거지."

한국단편경쟁부문에서의 대상엔 오토바이를 키워드로 10대들이 질주하는 이유와 그들의 문화를 바라본 독립영화가 선정됐는데요.

전국에서 모인 이런 독립영화인들은 빗속에서도 줄다리기와 계주 등의 운동회를 펼치며 서로의 꿈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윤성호/감독] "제 것에 관심을 두고 왔잖아요. 그런데 다른 것들도 봤어요. 이번에 오 좋더라고요. 초대받은 영화들도.. 또 평창까지 해외게스트들이 이렇게 올줄 몰랐어요."

평창올림픽 이듬해인 2019년, 평창남북평화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됐고 2회때부터는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며 발전을 도모했던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문성근/평창국제평화영화제 이사장] "평창이 평화영화제라는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갖겠다고 넓게 알린거죠. 이제 한 4회 하면서 한국영화계 전체적으로 "그래, 평창은 평화를 담당해"라고 이제 다 모두 인식이 됐으니까 우리 영화제가 그런 식으로 발전해나가는 것이 영화계 전체로도 적절한 접근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분단된 나라, 분단된 강원도에서의 영상축제는 그렇게 남북의 평화를 넘어서, 세계의 평화를 꿈꾸는 영화제로의 도약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84276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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