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전 남북대결 다시 소환된 탁구스타

문정실 작가 2022. 7. 2. 09: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최근 북한에서 꽤 화제가 된 드라마가 있습니다. 거의 50년쯤 전 한 스포츠 선수 이야기인데요. 이 드라마에 담긴 의미는 뭔지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 김필국 앵커 ▶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면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요. 북한이 최근 제작한 6부작 드라마 마지막 한알 영상으로 보시죠.

"청수 이겨라! 영순의 운명은 뒤바뀌기 시작했다."

◀ 차미연 앵커 ▶

이 드라마는 1975년 인도에서 펼쳐진 탁구대회로 시작합니다.

◀ 김필국 앵커 ▶

공을 주고받으면서 한창 랠리를 이어가는 두 사람 승부는 북한 선수의 역전승으로 끝납니다.

"(자막) 박영순 선수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선수가 누군지 아세요?

◀ 조충희 ▶

오히려 박영순 선수를 모르면 간첩이라고 할 정도로 이제 굉장히 유명한 선수죠. 그래서 당시에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진행됐다는 건 사실 몰랐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결승까지 올라가고 우승을 하면서 전국의 학교들이 다 탁구소도 생기고 정말 전 국민이 이때는 또 탁구만 쳤던 것 같습니다.

◀ 성문정 ▶

상대방 선수 보면 왠지 낯익은 선수 같지 않습니까. 지금도 스포츠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시는 정현숙 선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은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뜻밖의 북한 선수한테 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뜻밖의 고배 아니면 북괴한테 졌다. 라는 이런 비탄의 목소리가 언론을 통해서 많이 나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박영순이라는 선수가 발굴되고 또 우승에 이르는 과정에서 북한의 스포츠 또 체육 시스템에 대해서 알 수가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초등학교에서 체조를 하던 산골 소녀 탁구 코치의 제안으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탁구를 배웁니다.

"이건 철로 만든 탁구채인데 이걸로 하루에 모방 훈련을 천 번 이상 해" "천 번?"

◀ 김필국 앵커 ▶

매일 탁구채를 천 번씩 휘두르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연습에 매진한 끝에 발탁된 곳은 28체육단입니다.

"동무들 오늘부터 2.8체육단의 박영순 학생과 함께 공부하게 됩니다."

◀ 김필국 앵커 ▶

여긴 뭐 우리로 치면 상무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성문정 ▶

네 그렇습니다. 국방부 소속의 체육부대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소녀인데 군대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데

◀ 성문정 ▶

특이하게 북한에는 이렇게 체육단에서 초중학교 때부터 소질이 있는 선수들을 이렇게 픽업을 해서 장기적으로 키우는 그런 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 조충희 ▶

28체육 선수단, 지금의 425체육 선수단 이렇게 되어 있고요. 유명한 선수단이 몇 개 있습니다. 중앙체육단이라고 보통은 북한 사람들이 표현하는데 여기에 이제 28 압록강 월미도 이런 중앙급 체육 단들이 많이 있죠.

◀ 성문정 ▶

엘리트 코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이제 북한 같은 경우는 국가체육위원회에서 선수들을 선발해서 1년 정도 합숙 훈련을 시키고 그다음에 대회에 파견하고 난 다음에 대회가 끝나면 다시 현재 자기 소속 단으로 재배치하는 그런 일관된 모습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런데 이 드라마를 보면 한 명의 선수를 국가대표로 키우기 위해서 주변에 너무 많은 선수들이 희생되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 김필국 앵커 ▶

이 드라마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 바로 대상 선수인데요. 연습 상대가 돼 주는 선수를 뜻합니다.

"아, 아버지. 아니 선생님. 내가 야 대상 선수를 해줘요?"

◀ 차미연 앵커 ▶

박영순의 탁구 실력을 알아본 코치들은 소속팀의 주전 선수 사랑하는 연인에게까지 희생을 강요합니다.

"이제 내가 영순이 대상 선수 되라는 겁니까?

◀ 김필국 앵커 ▶

또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선수들도 생겨납니다.

"여성 탁구부 전체가 동무의 야간 훈련자가 되겠다고 했어."

◀ 김필국 앵커 ▶

장래가 유망된다고는 해도 한 선수를 위해서 다른 선수들이 희생을 감내야 된다. 납득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 성문정 ▶

우리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철저하게 선수 차별이고 이건 법으로도 금지돼 있는 상황이기도 한데 사실 북한이라든지 사회주의 국가 내에서는 사실 체제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우수한 한 명을 만들어냅니다. 그 한 명을 통해서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둬내면 국가적으로 예우를 해 주면서 동시에 체제의 우월성이라든지 정치적인 홍보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조충희 ▶

이제 집단이 잘 돼야 개인이 잘 된다고 하는 이런 그 생각을 이제 어려서부터 많이 가지기 때문에 감독이 유망주로 선정을 하고 얘를 밀어주겠다고 생각하면 그렇지 못한 애들은 당연히 이제 대상 선수로 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어머니!" "누나!"

"저거 무슨 메달이가?" "동메달" "그러니까 우리 공화국 깃발이 다른 나라 깃발 밑에..."

◀ 김필국 앵커 ▶

드라마를 보면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은 의미가 없습니다.

"영순아, 영순아."

◀ 차미연 앵커 ▶

힘들 때 마음을 잡아주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바로 국기입니다.

"지켜봐, 국기가."

◀ 김필국 앵커 ▶

과거 우리나라도 비슷한 측면이 있기는 했잖아요. 요즘은 많이 달라지기는 했습니다만

◀ 성문정 ▶

과거 우리나라에도 그런 비슷한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북한과의 관계에서 지면 신랄한 비판도 받았었고 특히나 한일 관계가 우리는 역사적으로 악몽 관계이기 때문에 한일전에서 지고 오게 되면 선수들한테 오지 말고 현해탄에서 그냥 빠져 죽어라 이런 비판들까지 있었죠. 그래서 이건 보편적으로 있는 그런 여러 현상들 중에 하나였던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북한 스포츠 정신에서는 요즘도 여전히 국가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성문정 ▶

사회주의 국가라든지 전체주의 국가를 형식을 띠고 있는 나라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들입니다. 왜냐하면 문화라던지 다양한 부분을 통해서 국가를 홍보할 수 있는 수단이 상대적으로 적지 않습니까. 그러면 적은 동력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들이 스포츠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많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스포츠를 국가 체제 홍보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어린 소녀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야기 그런데 드라마에서 이 감동은 최고 지도자와 국가에 대한 충성으로 이어집니다.

"영순아, 선열들이 피 흘려 찾은 이 땅을 위해서 우리들도 무언가 한 가지씩 기여해야 해."

◀ 차미연 앵커 ▶

훈련할 때나 경기에서 이겼을 때도 국가와 지도자의 이름을 생각하는 모습인데요.

"어버이의 탄생일에 기쁨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김정일! 김일성! 김정일!"

◀ 김필국 앵커 ▶

한 선수의 인간 승리를, 최고 지도자의 존엄과 기상을 온 세상에 높이 떨쳤다고 추켜세우네요.

◀ 김필국 앵커 ▶

마지막 한 알에는 우리나라 스포츠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 또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결승전을 앞둔 어느 날 밤 주인공 박영순이 한복을 입고 나옵니다.

"24시, 0시입니다." "그래. 오늘은 2월 16일. 조국에서도 아마 다들..."

◀ 김필국 앵커 ▶

2월 16일은 바로 김정일의 생일이죠.

◀ 조충희 ▶

북한에서는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표현을 하는 명절이죠. 그런데 해외 경기 나갈 때 2월 16일이라든가 4월 15일이 끼어 있으면 이제 챙겨가지고 나갑니다. 한복은.

◀ 김필국 앵커 ▶

우리도 국가대표 같은 스포츠 드라마나 영화가 있잖아요. 북한의 스포츠 드라마는 좀 감동 포인트가 다른 것 같습니다.

◀ 성문정 ▶

그렇게 보입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스포츠 드라마를 보면서 개인이 성장하는 과정과 그다음에 주변과의 인간관계들에서 그런 모습들을 공동체의 모습들을 많이 보는데 북한 같은 경우는 사실 그렇기보다는 위대한 당의 또는 지도자의 영도 아래 열심히 훈련해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대회들만을 샘플화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현상들이 있는데 결국 그 얘기는 스포츠를 통해서 주체사상의 우월성이라든지 체제의 우월성들을 동시에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이 스포츠를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데 활용하는 현실이 좀 씁쓸하게 느껴지는데요.

◀ 성문정 ▶

북한에서는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마는 가장 많이 홍보되고 있는 선수 중에 하나가 정성옥이라는 마라톤 선수가 있습니다. 이 선수는 1999년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선수인데 그런데 이 선수가 경기력을 가지고 북한 사회에서 인정받기보다는 인터뷰를 할 때 저 앞에서 장군님이 나를 빨리 달려오라고 부르신다. 그걸 보고 열심히 뛰었다라고 하면서 이게 국제적으로 이슈화 됐었고 결국 그게 북한 사회에서의 대단한 효과성을 발휘했는지 그 이후에 인민대의원의 자리가 주어지기도 하고 평양 시내에서 안락하게 살 수 있는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입니다.

◀ 조충희 ▶

정성옥이라든지 계순이라든지 이런 선수들에 대해서는 이미 이런 드라마들이 다 나왔었습니다. 박영순 선수에 대한 드라마가 왜 지금에야 나오는지도 조금 그렇게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고요.

◀ 김필국 앵커 ▶

이 드라마 사실 시작부터 하이라이트도 그렇고 남북 대결이잖아요. 결승전이 아니고

◀ 성문정 ▶

남북 간이 극한적으로 대립했던 시대의 주역들이었던 그 선수들을 자꾸 소환을 하고 있거든요. 박영순이고 그 다음에 이제 정성옥이고 이런 선수들인데 이런 선수들을 소환함으로 인해서 국가적으로 어려운 위기에 처해 있던 북한 체제 내의 내부 부분들을 다시 다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 얘기 나누다 보니까 문득 남과 북이 한 스포츠 무대에 같이 서 본 게 언제였던가.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필국 앵커 ▶

네. 오래됐죠. 북한이 다시 국제무대에 나와서 남과 북이 당당히 승부를 겨루고 화합에도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384275_29114.html

Copyright © MBC&iMBC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