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천지가 따로 없네"..보행자와 자전거의 천국 세종시 '이응(ㅇ) 다리' 가봤더니[현장에서]

윤희일 선임기자 2022. 7. 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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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보행교의 아름다운 야경. 세종시 제공

“와, 정말 멋지고, 시원하네요. 사람이 주인이 된 다리, 역시 걷는 맛이 최곱니다.”(대전시민 A씨)

지난달 29일 오후 8시 세종시 금강 위에 설치된 금강보행교. 거세게 내리던 장맛비가 그치자 금강 북쪽의 정부세종청사와 남쪽의 세종시청사 사이에 위치한 이 다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종시는 물론 인근 대전에서까지 보행교를 경험하러 온 사람이 많았다.

“저녁마다 이 다리를 걷는 맛에 살아요.”(세종시민 김모씨·54)

세종시 보람동에 사는 김씨는 “저녁 퇴근 후 식사만 마치면 이 다리로 산책을 나온다”고 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북측의 중앙공원과 남측의 3생활권을 연결하는 이 다리는 말 그대로 ‘별천지’였다.

우선 다리의 형태가 기존 다리와는 달랐다. 전체 모양은 한글의 ‘이응(ㅇ)’과 똑같다. 둥글다는 얘기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의 환상형(環狀形) 도시구조를 형상화해 둥글게 설계했다”면서 “사람과 자연이 둥글게 소통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다리에는 ‘이응다리’라는 별칭도 붙었다. ‘세종’이라는 도시의 이름에 어울리게 다리의 이름을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에서 따온 것이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반포한 1446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리의 총길이를 1446m로 건설하기도 했다. 국내에 있는 보행자 전용 다리 중에서 가장 길다. 이 다리는 토지주택공사(LH)가 총 사업비 1116억원을 투입해 건설했다. 이 보행교는 지난 3월 24일 개통됐다.

다리 주변에는 물놀이시설, 낙하분수, 익스트림 경기장(스케이트보드, 인라인 스케이팅 등 고난이도 묘기를 즐기는 스포츠 경기장)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술을 이용해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추가해 보여주는 ‘가상 현실 기술 AR망원경’도 설치됐다.

금강보행교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가 많은 흰색의 인공 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윤희일 선임기자

보행교 여기저기에는 40여개의 화단과 벤치, 바닥 분수대, 연못, 버스킹 공연장 등이 설치됐다. 버스킹 공연장에서는 주말 등에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화단에는 나무와 꽃도 식재돼 걷는 재미를 더했다. 다리 중간에 있는 흰색의 인공나무는 사진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 북측 진입 부분에는 높이 15m의 전망대도 설치돼 세종시내를 둘러보기에 딱 좋았다.

금강보행교의 전망대에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세종시 제공

금강 위에 설치된 이 다리는 2층 구조로 돼 있다. 2층은 보행자 전용다리로 만들어졌고, 1층은 자전거 전용으로 건설됐다. 2층 보행자 전용도로는 폭이 12m이고, 1층 자전거전용도로는 폭이 7m이다. 다리 일대 29곳에 203대의 자전거를 세울 수 있는 거치대가 설치돼 있다. 세종시의 공공자전거인 어울링도 배치해 놓은 상태다. 윤모씨(26)는 “금강 위를 자전거로 달리면 시원한 바람이 볼을 스치기 때문에 더위를 완전히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안전을 위해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PM)의 출입은 제한하고 있다.

이 다리는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심야와 새벽 시간대는 안전사고 등을 막기 위해 이용을 금지하고 있다. 다리를 관리하는 세종시는 보안등, 이벤트등을 일몰 이후부터 오후 11시까지 켜고, 경관조명은 일몰 때부터 일출 때까지 켜고 있다.

금강보행교는 세종시 최고의 볼거리·즐길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시 관계자는 “금강보행교와 중앙공원, 국립수목원, 호수공원을 잇는 도시경관축이 형성되면서 관광문화자원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근에 국회 세종의사당과 국립박물관단지가 조성되면 ‘정치·행정수도 세종’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보행교의 멋진 야경. 세종시 제공

세종시는 주요 관광거점을 운행하는 세종시티투어 코스에 금강보행교를 추가했다. 목·금·토요일 저녁에 운행하는 야경투어버스의 경우 금강보행교 앞에서 30분간 정차한다.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인은 최근 이 다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금강보행교 중앙 수면에 수상무대를 만든다면 드론쇼, 불꽃놀이 쇼, 버스킹 대회, 꽃 박람회 등 뭐든 상상해 실천에 옮길 수 있다”면서 이 다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이벤트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금강보행교는 도심 중심에 위치해 있어 세종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강의 남과 북을 이어 주민들에게는 이동 편의성을 크게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금강보행교에 설치돼 있는 표지판. 윤희일 선임기자

이 다리는 지역 상권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강보행교의 남쪽 출입구가 있는 보람동의 K식당 관계자는 “금강보행교를 찾는 방문객이 많아지면서 3생활권 수변상가 등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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