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한동훈..檢총장 인선·MB 사면 속도 낼까
'임시 석방' MB, 815 사면론..법무부 심사위 주목
(서울=뉴스1) 박주평 기자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당면 주요 과제를 일단락짓고 미국 출장길에 나선 가운데 귀국 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 장관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 관련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검찰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더 미루기 힘든 검찰총장 인선을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가능성을 시사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관련 절차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총장 패싱한 채 인사 단행…더 미룰 명분 없어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월17일 취임 후 검찰총장이 공백인 상태에서 세 차례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취임 이튿날부터 서울중앙지검장·대검찰청 차장검사·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에 대해 검찰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인사를 냈다.
지난달 22일과 28일에는 대검검사급(검사장)과 고검검사급(차·부장검사)·일반검사 정기인사를, 지난달 30일에는 사직으로 발생한 결원을 충원하기 위한 추가 인사를 발표했다.
검찰청법 34조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법무부는 이원석 검찰총장 직무대리(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를 대행하고 있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 장관도 "총장 관련해서는 현재 산적한 업무가 많다는 점은 다 이해하실 것"이라며 "몇 달 이상 진행돼야 할 일을 총장 선임 이후 하겠다는 것은 일을 제대로 안 하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직접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2년 임기를 보장받음으로써 검찰의 독립성을 대변하는 직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총장 패싱'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다소 늦었지만 주요 인사가 마무리된 만큼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총장 인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장관의 미국 출장이 총장 인선보다 우선해야 할 만큼 시급한 문제였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총장추천위원회가 구성돼야 사회 각 분야에서 총장을 천거하거나 논의를 공식화할 수 있다"면서 "(한 장관은) 귀국하면 왜 인선이 늦어졌고 추천위를 구성하지 못했는지 설명하고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천위를 거쳐 임명된 검찰총장은 지난 2013년 박근혜정부 당시 채동욱 전 검찰총장부터 문재인 정부 김오수 검찰총장까지 총 6명이다. 추천위 구성부터 인사청문회를 거쳐 취임하기까지 평균 63일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한 장관이 오는 7일 귀국해 바로 추천위를 구성하더라도 오는 9월이 돼야 총장이 취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총장 취임도 전에 참모진이 꾸려졌고 핵심 수사팀 인선마저 매듭지어진 상황에서 신임 검찰총장이 취임해도 그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3개월 석방' MB, 광복절 사면론…법무부 심사 담당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도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수감됐고,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17년형이 확정됐다.
당뇨 등 건강 문제로 병원치료를 받아왔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달 3일 형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수원지검은 지난 28일 이를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을 3개월간 임시 석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전날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해 논현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건강상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허가받은 만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특별사면 요구도 더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도 건강상 이유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지난달 9일 "이십몇 년간 수감생활하게 하는 것은 과거의 전례에 비춰 안 맞지 않나"라며 사실상 특별사면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법무부 장관이 사면 대상을 상신하면 대통령이 이를 재가하고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공포된다. 다만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특별사면을 남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2007년 사면법이 개정, 사면심사위원회가 설치됐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특별사면을 상신할 때 법무부 장관 소속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한다. 사면심사위는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당연직 3명(법무부 차관, 검찰국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과 비당연직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심사위는 심사대상별로 적정 또는 부적정 의견을 기재하지만 법령상 심사·자문기구로서 심사 결과의 구속력은 인정되지 않아 대통령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말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면심사위가 개최되기 전 청와대로부터 박 전 대통령 사면 언질을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면은 헌법상 대통령의 권한이니까 심사위 역할은 내용이 아닌 절차적 통제"라며 "비판적 얘기 때문이라도 대통령이 사면하는 걸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사면심사위는 법무부 내에 있을 뿐 아니라 구성 자체가 법무부 장관의 영향력 아래 있다"면서 "(법무부) 밖으로 끌어내고, 구성도 비판적 얘기를 할 만한 사람들이 들어가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부담은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짊어져야 하는 만큼, 현재 높은 사면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jup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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