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 가벼운 공시족 끼니였는데..노량진 덮친 '컵밥플레이션'
"물가 오른다 해도 체감 못했는데 컵밥 오른 것 보니..."
빗소리에 섞인 자글거리는 소리가 얼마간 들리나 했더니 이내 하얀 밥 위에 김, 치즈, 김치, 스팸, 떡갈비, 계란이 먹음직스럽게 쌓였다. 그 위에 소스를 뿌리니 컵밥의 완성이었다.
이 같은 메뉴는 컵밥 거리의 스테디셀러 중 하나다. 컵밥의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대부분 3000원 이하로 유지됐지만 올해 1월 크게 올랐다.
10년째 컵밥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한 사장은 올해 1월 기본 메뉴 가격을 3000원에서 3500원으로 500원(16.7%) 올렸다고 설명했다. 처음 장사를 시작했던 2012년 2500원으로 가격을 책정한 후 지난 9년 가격인상은 연평균 50원 안팎. 한번에 500원을 올리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지경에 가격을 인상했다고 한다.
노량집 컵밥거리에도 이른바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이 닥친 셈이다. 공시생들은 치솟은 컵밥 가격에 물가 인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최대 공시생 커뮤니티 '공드림'에는 이런 사연이 적잖다. 회원 A씨는 "사람들이 물가가 올랐다고 말해도 체감하지 못했는데 얼마 전 노량진에서 컵밥 가격이 오른 걸 보고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썼다.
B씨는 "오랜만에 노량진에 갔다가 컵밥을 먹으려고 가격을 봤더니 금액이 올랐더라"며 "물가가 너무 많이 상승해서 슬프다"고 적었다.
'컵밥'엔 사회상을 반영하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실제 2000년대 노량진에서 컵밥이 탄생하자마자 인기를 끈 건 3000원도 안 되는 값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이다. 컵밥이란 이름부터 '덮밥'의 길거리 버전이다.
20대 직장인 C씨는 "집 주변 물가가 많이 올라서 집에 가기 전에 간단히 저녁을 먹으러 왔다"며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사 먹어도 3500원이 넘지 않나. 여러모로 컵밥은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또다 른 직장인 D씨(27)도 "오늘 동료 1명과 광화문 근처에서 점심으로 닭한마리를 먹으니 3만원이 나왔다"며 "컵밥이 500원 올랐다고 해도 회사 주변보단 훨씬 싸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0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달 닭고기 생산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8% 급등했다. 달걀의 생산자물가지수는 한 달 만에 4.8% 오르기도 했다. 닭고기, 달걀은 컵밥의 주요 재료.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컵밥은 '싸고 든든한 식사'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한 공시생은 공드림 커뮤니티에 "모아둔 돈을 쓰는 입장이라 점점 쪼들린다"며 "밥값이 이렇게 오를 줄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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