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창하는 나토..서울에 연락사무소 열까?
2년 전만 해도 나토는 찢어지기 일보 직전이었습니다. 트럼프 시대였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가 미국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공동대응한다는 헌장 5조를 지키겠단 뜻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성스러운 약속'으로도 불리는 헌장 5조는 나토를 유지시키는 핵심 근간입니다. 또한, 미국의 힘이 없다면 유명무실한 조항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다른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이렇듯 미국이 신뢰를 잃으면서 유럽연합은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각자도생의 시대가 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선출로 반전의 계기를 맞습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에 즉시 재가입하고, 나토에도 확실한 동맹을 약속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나토는 재건을 넘어 팽창의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올해엔 러시아에 더해 중국도 견제하겠다며 사실상 활동 반경을 아시아로 넓히고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전략에 나토가 큰 힘을 실어준 셈입니다. 미국과 보폭을 맞추고 있는 한국, 일본 등에 협력의 손길을 뻗은 이유입니다.
■ 한국과 협력 확대…서울사무소 개설하나?
나토의 아시아-태평양지역과의 협력은 앞으로도 확대될 거로 보입니다. 우선 나토는 올해 하반기에 한국과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을 예정입니다. 한국은 2006년부터 나토의 '글로벌 파트너'로 지정됐지만 지난 16년간은 외교장관을 초청하고 나토 의원단이 방한하는 등의 형식적 교류만 있었습니다. 기존 파트너십보다 협력 강도와 범위가 넓어질 거로 예상됩니다.
심화 파트너(Enhanced Opportunities Partners, EOP)로 이른바 '격상'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호주, 핀란드, 조지아, 요르단, 스웨덴, 우크라이나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영미권이거나 EU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전략적 가치가 중요한 국가들입니다. (이 중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번에 회원국으로 승인됐습니다.) 집단방위 의무와 혜택은 없지만, EOP는 나토의 여러 훈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발트해와 흑해 등 특정 지역에서 나토가 활동하기도 합니다. 사실상 준회원 대우입니다. 나토가 한국과 일본을 EOP로 받아들이면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남중국해 문제에 간접적으로 관여할 여지가 마련됩니다.
아태지역 비회원국에 연락사무소를 여는 방안도 거론됩니다. 서구 8개 씽크탱크가 모인 '트랜스아틀란틱 리더십 네트워크(TLN)'는 지난 2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서울이나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liaison office) 창설을 권고했습니다. 현재 나토는 비회원 7개국에 연락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진통 끝에 새로 나토에 가입한 핀란드와 스웨덴을 포함해서입니다. 연락사무소장은 해당국 장성이 맡습니다. 즉 연락사무소를 연다는 건 나토가 군 당국과도 소통을 시작한단 뜻입니다.
아직 나토가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전달한 입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나토와의 협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인 만큼 연락사무소 개설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 나토 다음은? 수미테리 "한국, 쿼드 고민할 것"
나토정상회의 다음은 쿼드가 될 거란 전망도 나옵니다. 수미테리 미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국장은 현지시각 지난달 30일 발간한 자료에서 "한국의 다음 고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반중 연대인 쿼드(4자 안보 대화)에 관여할지 여부"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외에는 추가로 회원국을 받을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나토와 마찬가지로 비회원국과의 협력을 확대할 여지는 충분합니다. 현 정부 역시 워킹그룹, 즉 실무 단위에서 쿼드와 협력할 뜻을 여러 차례 밝힌 상태입니다.
이같은 안보동맹은 경제협력체와는 또 다른 부담을 한국 정부에 줄 전망입니다. 윤 정부는 이에 대해 "특정국가를 배제하지 않는다"는 답 외에는 이렇다 할 방안을 공개하진 않고 있습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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