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밤에도 30도..'잠 못드는 강릉' 한여름 밤엔 몇 도일까[설명할 경향]

강한들 기자 입력 2022. 7. 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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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던 지난 26일 저녁 강원 강릉 안목해변에 시민들이 나와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많은 지역에 비가 왔던 지난달 29일, 강원도 강릉에서는 밤 기온이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30도’는 더운 대낮에 에어컨을 켜는 기준으로 여겨지기도 했죠. 전국에서 관측 이래 6월 하루 최저 기온이 30도를 넘긴 건 처음 있는 일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그리고 앞으로 강릉, 나아가 한반도 다른 지역에서도 밤에 30도를 넘는 초열대야가 일상이 될까요?

강릉의 이번 열대야는 ‘아주 특이한 열대야’입니다. 전형적인 열대야는 낮 동안에 해가 아주 쨍쨍해서 올라간 기온이, 밤 동안에 덜 식으면서 나타납니다. 하지만 초열대야가 나타나기 전날인 28일, 강릉의 하늘은 흐렸습니다.

그런데도 30도를 넘길 만큼 더운 밤이었던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기상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9일에는 정체전선 위쪽에 있는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과 기압 차가 컸습니다. 그래서 기압 차가 강하게 공기를 움직이는 힘인 ‘기압경도력’에 따라 남서쪽 지역에서 덥고 습윤한 공기가 계속 강하게 올라오고 있었죠. 특히 밤에 이런 흐름이 강했고, 심지어 구름이 덮여 있어 더운 공기가 밤 동안 덜 식었습니다. 기상청은 이런 상황을 “습식 사우나에서 이불을 덮은 격”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여기에 ‘푄 현상’이 더해졌습니다. 남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태백산맥을 넘어 강릉에 도착합니다. 원래 습했던 공기도 산을 오르면서 기온이 낮아지고 비를 뿌리며, 산맥을 넘어갈 때는 건조한 공기가 돼서 내려가는데요. 습도가 높은 공기는 건조한 공기보다 ‘비열’이 큽니다. 쉽게 말해 수증기를 많이 포함한 공기가 고도가 100m 올라가면 기온이 0.5도 떨어지지만, 건조한 공기는 100m 고도가 올라가면 1도가 떨어지는 식입니다. 산맥을 올라갈 때 습했던 공기가 떨어진 온도보다, 건조해진 공기가 산맥을 내려가면서 올라가는 온도가 더 높아져서 산을 오르기 전보다 더 뜨거운 공기가 되는 것입니다.

강릉에서 70㎞ 쯤 떨어진 강원 속초에서는 28일 낮 최고 기온이 약 31도까지 올랐지만 밤 최저기온은 26.1도까지 떨어졌습니다. 여전히 25도를 넘어 열대야의 범위에 있지만 거리상 멀지 않은 강릉과 4도나 차이가 나는 온도입니다. 그 차이는 비에 있었습니다. 정체전선의 위치가 절묘하게 강릉과 속초를 갈라두었습니다. 강릉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고, 기온이 떨어지는 폭이 더 적었던 것이죠.

29일 오전 2시부터 오전 6시까지 비구름대를 보여주는 위성 영상. 인근 지역인 강원 속초에는 비가 왔지만, 강릉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기상청 제공

그렇다면 강릉에 계속 30도가 넘는 초열대야가 이어질까요?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29일에는 큰 기압차로 남서쪽 지역에서 덥고 습윤한 공기가 계속 올라왔다고 했는데요,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대각 방향으로 기울어있던 정체전선의 기울기가 조금씩 줄어들어 서에서 동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기압경도력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기압경도력이 약화되며 바람도 약해지고 있고, 지형에 의한 푄 현상이 제대로 나타나기 위한 패턴이 완화되고 있다”며 “다음주 월요일까지는 일 최저기온이 25도 정도일 것으로 보이고, 오는 5~7일 쯤에는 23~24도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날씨가 쨍쨍해진 이후 밤이 되면서 수증기가 들어오고 구름이 생긴다면 ‘초열대야’가 다시 강릉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변화로 전국적으로 온도가 점차 오르며, ‘초열대야’가 나타나는 빈도가 늘어날 것은 분명합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5월, 온실가스 농도·해수 온도·해양 산성화·평균 해수면 등 4개 지표가 지난해 모두 악화됐다고 밝혔죠. 지구의 연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1도 상승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계속해서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상승하고 있음은 명확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상청이 지난 봄철 날씨를 분석한 결과 1973년 이후 기온이 가장 높았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2019년에 이어 한강이 얼지 않았습니다. 이대로 탄소를 계속 배출한다면 21세기 후반에는 여름이 최대 6개월로 늘어나고, 1년 중 4분의 1을 폭염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강릉의 6월 일 최저기온 ‘30도’가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연 평균 지구 온도 상승 폭은 1도가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지난해 캐나다 서남부에서는 6월 말에 49.6도의 폭염을 겪었고, 올해 3월에는 인도 일부 지역이 40도까지 오르며 밀 수확에 큰 타격을 주는 등 지역별로 예전보다 더 이르고 강한 폭염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구 온도가 1도 남짓 오른 상황에서도 큰 피해를 주는 이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앞으로 더 자주,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극단적인 현상이 더욱 심해지지 않게 만들기 위해 빠른 속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해내야 하고, 이상기후 현상에 대비하기 위한 적응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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