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보험금 만삭 아내 사망 사건' 민사 다툼으로 다시 수면위로

류인선 2022. 7. 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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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외국인 만삭 아내 교통사고 사망 '비극'
검찰, 보험금 편취 목적 살인 혐의 기소
1심 무죄·2심 무기징역…대법원서 반전
"살인 무죄"…교통사고특례법은 금고형
보험금 소송은 '약관 이해'로 3대2 판결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중앙지법. 2021.07.25.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만삭의 외국인 아내를 보험금을 목적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이 최근까지 이뤄진 5번의 보험금 청구 소송 1심에서 3번 승소했다. 다수의 소송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보험금 소송으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르고 있는 형사사건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5건 중에서 3건의 1심 재판부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아내 B씨를 살해한 것이 아닌 보험사고가 발생한 것이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사건은 2014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B씨를 태운 채 승합차를 운전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갓길에 세워져있던 화물차량과 추돌했다. 당시 B씨는 20개가 넘는 보험에 가입해 최대 95억원의 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검찰은 보험금 액수와 매달 납입해야 하는 보험료(약 360만원)를 고려했을 때 보험금을 노린 살인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이 사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2심은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다시 살인 혐의는 무죄 취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은 유죄라는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반전을 맞았다. 파기환송심을 거쳐 대법은 A씨의 살인 무죄를 확정하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인한 금고 2년의 형을 확정했다.

A씨가 살인 혐의 무죄를 확정받았지만, 보험금 민사 소송을 심리한 재판부 중 2곳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봤다. A씨 혐의가 유죄라는 취지가 아닌 캄보디아인이었던 B씨가 보험 약관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취지다.

보험금 소송의 결과가 알려지면서 다시금 형사사건의 판단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1심과 2심, 2심과 대법이 치열하게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니기 때문이다.

A씨의 형사 사건 2심은 우선 교통사고의 발생 원인에 집중했다. A씨는 교통사고 원인이 '졸음운전'이라고 주장했다. 2심은 상향등이 점등되고, 변속기 인위적 변동, 차량 속력의 인위적 증감 등을 고려하면 고의적인 사고라고 판단했다.

2심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A씨가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고 보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타국에서 성실히 생활하다가 영문도 모른채 사망했다. 태아를 임신한 상태인 것이 더욱 애처롭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법은 "졸음운전인지 고의사고인지 단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봤다. 2심이 인정한 사실들은 간접증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살인 고의를 인정할 수 있을만한 간접·정황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예를 들어 A씨는 당시 월 1000만원 이상을 벌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그 금액은 다른 증인들에 의해서도 어느정도 뒷받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즉, 월 납부 금액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많아 보험 살인을 의심할 정도의 상황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보험금도 총액이 95억원이지만 54억원은 정기금으로 지급되는 방식이고, 상속인이 함께 보험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건이 2014년인데 2008년부터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 역시 고려됐다.

특히 교통사고의 경우 운전을 하던 A씨 역시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계획적인 보험 살인의 방법으로 부자연스럽다고 대법은 판시했다.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60~70㎞였는데, B씨만을 살해하는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려웠을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대법은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황들이 법관에게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살인의 고의를 입증할 수준은 아니라고 했다. 결국 파기환송을 선고했고 재상고심에서 살인의 무죄가 확정됐다.

결국 보험금 소송 하급심에서는 B씨가 보험약관을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두고 판결이 엇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A씨의 보험금 소송의 쟁점은 거의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A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20개가 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것에 대해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잘 거절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들이 A씨의 생활용품점에서 기념품, 선물 등을 자주 구입해 그 기회에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도 했고 거절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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