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염장이'가 들려준 송해의 마지막 모습

박돈규 기자 2022. 7. 2.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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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 염습한 유재철씨 인터뷰
유재철씨가 마네킹을 눕혀 놓고 염습을 시연하고 있다. 그는 전직 대통령 6명의 장례를 모셔 ‘대통령 염장이’로 불린다. /오종찬 기자

유재철(63)씨는 ‘국민 MC’ 송해(1927~2022)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한다. 그가 고인을 염습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전통장례명장 1호 유재철씨는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등 전직 대통령 6명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그래서 ‘대통령 염장이’로 불린다. 법정 스님도 이 염장이 손을 거쳤다.

송해는 6월 8일 별세했다. 10일 발인 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나올 때는 이상벽 김학래 이용식 최양락 강호동 유재석 등 후배 방송인들이 배웅했다. 고인은 생전에 자주 가던 국밥집, 이발소 등이 있는 종로구 송해길과 여의도 KBS 본관을 거쳐 대구 달성군 송해공원에 안장됐다. 유재철씨는 최근 전화통화에서 “송해 선생님 표정은 온화했다”며 “빈소에서 다들 ‘말년까지 현역으로 일하고 복받으신 분’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방송인 송해 /뉴스1

-송해 선생님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나.

“나는 처음에 얼굴을 잘 못 알아보겠더라. 병환 때문이겠지만 굉장히 수척하셨다. 몸을 닦고 연한 개나리색 수의를 입혀드렸다.”

-염습이란 무엇인가.

“염(殮)은 ‘묶는다’, 습(襲)은 ‘목욕시키고 갈아 입힌다’는 뜻이다. 시간은 40~45분쯤 걸린다.”

-입관 전 추모 절차를 잠시 언론에 공개했는데.

“염습을 하는 과정은 송해 선생님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을 찍은 팀이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그 팀이 지금은 나를 주인공으로 다큐 ‘염장이’(가제)를 촬영 중이다. 입관 전 추모 절차는 내가 사례를 알려주고 거들면서 공개가 결정됐다.”

-다큐 ‘염장이’가 개봉하면 더 유명해지겠다.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왜곡된 게 많다. 그것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고 싶고 책임감을 느낀다. ‘대통령의 염장이’라는 책을 내고 나서는 고교생까지 찾아와 내가 진로상담을 해줬다(웃음).”

-이번 장례에 특별한 일이라면.

“달성군까지 가봤는데 송해공원 규모가 굉장히 컸다. 사람도 엄청 많이 왔다. 군수와 군청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유재철씨와 스님들이 2010년 서울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 스님을 운구하고 있다.

-장례 이후 상속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데.

“송해 선생님은 따님만 둘이다. 죽기 전에 ‘교통정리’를 해놓고 떠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해도 아들 둘, 딸 셋이 싸우는 걸 봤다. 딸들에게는 3억원씩 주고 포기각서도 썼는데 막상 돌아가시고 보니 가지고 계셨던 건물값이 크게 오른 거였다. 딸들은 ‘돈을 더 달라’ 하고 아들들은 ‘못 주겠다’ 해서 소송이 붙었다. 그런 다툼을 자주 봤다.”

-송해 선생님은 어떻게 돌아가셨나.

“밤에 목욕탕에서 쓰러지셨다. 아침에 발견된 모양이다. 노인들은 머리에 가벼운 충격을 받아도 위험할 수 있다. 목욕탕에서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대변을 보며 힘쓰다 뇌혈관이 터져서 돌아가신 사례도 꽤 있었다.”

-마지막에 본 송해 선생님 표정은?

“온화하고 괜찮으셨다. 그 전날까지 낙원동에서 지인들과 어울리셔서 술 드셨다고 한다. 평소처럼 살다 떠나신 거다.”

-병원에서 약병 주렁주렁 달고 돌아가시는 것보다는 편안한 죽음인가?

“빈소에서 다들 ‘송해 선생님은 말년까지 현역으로 일하고 복받으신 분’이라고 하더라. 전국노래자랑 출연료 500만원씩 받으면 한 달에 2000만원이다. 광고도 나가면 5000만원에서 1억원이고. 전국 돌아다니며 세상 사람들 다 끌어안으셨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말년이었다.”

송해의 마지막 광고 /야놀자 유튜브

지난해 11월 ‘송해 1927′이 공개된 날 기자간담회에서 송해는 “제목이 ‘송해 1927′이라니까 옛날이야기 같지요? 여러분도 잠깐이에요”라며 웃었다. 최고 권력자도 결국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간다. 유재철씨는 “고인을 고이 보내드릴 때마다 아이러니하게도 참된 삶이란 무엇인지 가르침을 받고 있다”고 했다.

30여년 동안 수많은 죽음을 만난 그는 ‘대통령의 염장이’에 이렇게 썼다. “태어날 때 자신은 울지만 주위 사람은 웃고, 죽을 때 주위 사람은 울지만 자신은 웃는 그런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산 사람이라고 한다. 세상에 태어날 때 걱정하는 아이가 없듯이 세상을 떠날 것을 걱정하는 이가 없기를 바란다. 내 이야기가 당신 삶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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