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의 투자바이블] 인플레는 두려워만 해야 할 대상일까

여론독자부 2022. 7. 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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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한동대학교 교수
인플레지수 에너지 비중 7% 불과
증시 약세 당분간 불가피하겠지만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 오는 법
길게 보고 분할매수 타이밍 노려야
김학주 한동대학교 교수
[서울경제]

투자를 잘하는 사람들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일시적인 것과 구조적인 것을 구분할 줄 안다. 일시적인 요인은 ‘이용’하고 구조적인 요인에는 ‘대응’해야 한다. 지금 증시를 뒤흔드는 인플레이션에도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다.

먼저 생산 자원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이기도 하다. 부품 하나만 제때 조달되지 못해도 생산에 문제가 생기고 이로 인해 설비 및 연구개발(R&D)과 관련한 고정비 부담이 막대하다. 따라서 생산 요소 확보에 대한 불안감이 생겼고 이로 인한 가수요가 인플레이션을 증폭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인건비다. 직원 1명을 뽑는데 5곳에 구인 광고를 내거나 몇 년 후 채용할 사람을 미리 찾는 경우가 많았다. 불안한 만큼 재고도 늘렸다.

그러나 미국의 일부 기술 기업들은 인력 감축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신기술 기업의 경우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항암 기술 하나가 소개됐지만 2년 전보다 그 가치가 크게 낮았다. 그사이에 유사한 기술이 우후죽순 등장했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나왔어야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신기술 기업들은 아직 이익이 없어도 외부 조달 자금으로 핵심 인력을 앞다퉈 영입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이후 시중 자금이 줄었다. 자금 조달이 쉽지 않자 불요불급한 인원들은 줄인다.

이런 분위기라면 인플레이션은 곧 안정될 듯 보인다. 그러나 유가는 아직 불안하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책임이 커 보인다. 2019년 9월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시설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응하지 않았다. 미국이 중동에서 이란을 견제해주기 때문에 사우디는 미국 밑에 붙어 있는 것 아닌가. 더욱이 그다음 달 트럼프는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군시켰다. 그 후 러시아는 사우디를 방문하는 등 중동에서 미국을 빠르게 대체해 갔다. 그리고 러시아와 중국·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서 합동 군사훈련까지 개시했다.

미국이 러시아 석유 수출을 제재하려면 사우디와 같은 우방 국가의 증산이 필요하다. 지금 미국은 중동에서 석유 패권을 포기한 것을 후회할지 모른다. 더욱이 석유는 증산하더라도 운송이 쉽지 않다. 미국의 서부 셰일 유전에서 생산을 늘려도 동부 수요처로 옮기는 파이프에 여유가 없다. 신규 선박을 만드는 데도 수년이 소요된다.

그런데 유가가 홀로 인플레이션을 만들 수 있을까. 우리는 1970년대 석유 파동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가 이외에도 인플레이션 유발 요인이 여럿 겹쳐 있었다. 첫째, 1971년 리처드 닉슨의 금태환 포기 이후 화폐 가치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 헌트 형제가 은을 ‘사재기’한 것이 대표적인 현상이다. 둘째, 그때는 유가와 인플레이션 지수 간 상관관계가 매우 높았다. 즉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였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지수 가운데 에너지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음에도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1970년대와는 달리 물가지수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고 특히 에너지 효율적인 생산 설비로 교체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여러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생산 설비도 증가했다.

증시 위기의 일반적인 패턴은 주가가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후 두 배 올라서 제자리로 돌아오는 데 4년 정도 소요되는 형태다. 나스닥지수의 경우 전 고점 대비 30% 하락했다. 그렇다면 좀 더 하락할 수도 있겠다. 이런 그림은 마치 산사태와 비슷하다. 한 금융기관들의 손절매(loss cut)가 다른 금융기관의 매도를 부르는 구조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인플레이션 요인들에 일시적인 것들이 많다면 추가 하락할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편이 바람직해 보인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런 기회가 흔히 오는 것이 아니므로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단, 인플레이션 요인에 구조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 ‘탈글로벌화’에 따른 공급망 불안이다. 각자도생으로 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국가 간 갈등이며 전쟁도 포함된다. 그러나 그 속도를 감안하자. 탈글로벌화로 인한 물가 상승 위협은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생산성 개선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속도로 판단된다. 물론 갈등에는 감정이 개입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때 대응하면 된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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