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전대서 내 거취 논의 말라"..'탈당' 민형배 경고 이유는?
'당을 위한 희생'이냐 '꼼수 탈당'이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당시 탈당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거취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법안 처리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니 돌아오는 절차를 밟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 쪽이 있는가 하면, '꼼수 탈당'으로 보는 여론도 있는 만큼 복당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겁니다.
■ 당권 도전 '97그룹' "민형배 복당 반대"
'복당'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건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가운데 당 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강병원, 박용진 의원입니다.
지난달 29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 의원은 이튿날 라디오에 출연해 "위장 꼼수 탈당은 민주주의 규범을 깨뜨리는 행위"라며 "민 의원을 받으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이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처리) 강행을 비판하셨냐"며 "아마 그 이후의 여론조사가 10%p씩 떨어진 거로 알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민 의원을 복당시키지 않을 경우 강성 지지자들이 반발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분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박용진 의원도 지난달 30일 출마 선언 당일, 언론 인터뷰에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제명 문제, 민형배 의원의 복당 문제가 국민이 새로운 민주당을 판단할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당내에서 민 의원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며 "국민이 볼 때 이런 목소리가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자 국민을 무시하는 목소리로 비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민 의원의 복당이 국민에게는 민주당의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내로남불', '오만'의 이미지를 덧씌우는 악수가 될 거라는 게 이들의 주장입니다.
■ 민형배 "복당 반대, 표 될 거란 오판 거둬라"
이에 대해 민 의원은 일단 복당 신청을 공식적으로 하지도 않았는데도 전대를 앞두고 이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불편함을 내비쳤습니다.
민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일관되게 말하지만, 복당은 내가 신청하는 게 아니라, 당이 돌아오라고 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복당 신청을 한 바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탈당은 개인적인 행동이 아니라 당의 집단적 의지를 관철시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치적 행위로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은 송구스러우나 당시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한 쪽(국민의힘)에 대응하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복당 문제를 전당대회에서 이슈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악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건 반칙이고, 배신"이라고 말했습니다.
민 의원은 또 "복당 반대가 표가 될 거란 오판도 함께 거둬주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복당 반대를 밝힌 의원들이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강행 처리가 당에 위기를 가져왔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모든 민주당 의원이 찬성한 법안이다. 민주당 의원이라면 이 법안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길 바란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처럼회 의원들 "살신성인" "즉각 복당"
민형배 의원과 같이 활동했던 당내 초선 모임 '처럼회' 의원들도 일제히 엄호에 나섰습니다.
장경태 의원은 SNS를 통해 "민 의원의 복당은 희생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제자리로 바로 잡아야 할 절차"라며 "공식적으로 이뤄지지도 않은 복당 신청을 비판하며 정략적 프레임으로 국민이 눈과 귀를 흐리는 흐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새 지도부가 들어서기 전에 현재 비대위 체제에서 민 의원의 복당을 처리해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유정주 의원도 "민 의원은 검찰 개혁이란 소명을 다 하기 위해 살신성인했다"며 "검찰 개혁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진 대담한 노력이 없었다면 검찰 개혁안은 결코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유 의원은 "눈치 보기로 자기 가족을 '꼬리 자르기' 한다면 누가 당을 위해 희생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 "내로남불 청산" vs "이재명 견제용?"
민형배 의원의 복당 문제가 8월 전당대회 전에 정리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지난달 12일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민 의원 복당을 요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우 위원장은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 관련 문제가 헌법재판소에 제소돼 있다"며 "적어도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과정이나 절차와 관련된 것들의 현상 변경을 가져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의 헌신과 노력에 대해서도 평가하고 있지만, 이 문제는 헌재 판결이 내려지는 게 먼저"라고 했습니다.
민주당 한 고위관계자도 "탈당 절차에 대한 시비가 헌재 판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장 복당은 어렵다는 점을 민 의원에게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나서 복당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전대 과정에서 민 의원의 복당 문제는 계속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른바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란 흐름에 맞서 새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97그룹 주자들은 잇단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내로남불 청산'이란 측면에서 이 문제에 더 엄격해져야 한다는 입장을 펼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유력 당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의원을 향해서도 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이 의원은 현재까지 특별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민형배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왜 '복당 반대'를 외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뚱딴지같은 이야기"라며 "결국 '이재명 견제용'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해 친명계(친이재명계) 의원들 다수가 법안 처리에 앞장섰던 만큼 절차 문제 등을 들어 결국 특정 세력에 선거 패배 책임론을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민 의원은 자신의 복당이 헌재 판결에 조금이라도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지도부의 입장을 알고 있다면서도 "검찰 수사권 축소 법안은 국회법을 준수하며 처리한 법안이기에 문제 될 게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손서영 기자 (belles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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