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헤어질 결심' 박해일 "클래식한 매력의 형사, 욕심났죠"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박찬욱 감독님의 색깔은 그대론데 순해지셨죠.(웃음) 감독님의 전작들이 막 감정에 스크래치를 냈다면 이번엔 두 배우가 주고받는 눈빛, 대화가 궁금해서 관객이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와서 지켜봐야 재밌는, 그런 영화에요. 저는 '연애의 목적', '살인의 추억' 때 느낌들이 미세하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동안 저도 모르게 쌓인 것들의 흔적이 보였던 것 같아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유능하고 깔끔한 형사 해준 역을 맡은 박해일은 기존 장르물에서 등장했던 형사와는 확연히 다른 캐릭터로 등장부터 신선한 감상을 안겼다.
"보통의 형사랑은 180도 다르죠. 해준은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까지 단 사람이니까 내면이 단단하고 자신만의 루틴과 자존심도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러다 서래를 통해 본인도 모르게 감정의 변화를 겪죠. 아마 감독님은 품위나 예의처럼 기존 형사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과는 다른 기질을 활용하시려고 했던 것 같아요. 저 역시도 품위 있는 해준이 서래를 만나면서 바뀌는 드라마틱한 지점들을 위해 영악한 형사라는 캐릭터가 잘 구현되길 바랐어요."
늘 단정한 슈트 차림인 해준은 매너 좋고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인물이다. 박해일은 서래에게 형사로서 갖는 의심과 인간적으로 느끼는 호기심을 동시에 품게 되는 해준의 복합적인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면서 많은 호평을 얻었다. 섬세하고 담백한 해준을 보노라면 그간 수많은 작품에서 봐왔던 박해일의 많은 얼굴이 겹쳐 보인다. 실제로 박찬욱 감독은 '덕혜옹주'의 김장한 캐릭터를 연기한 박해일을 보고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전적인 맛이 있어요. 캐릭터부터 클래식하고요. 시적인 대사들도 많았는데 그게 해준의 형사라는 직업과 충돌해요. 그런 면을 매력적으로 소화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컸어요. 다만 서래를 통해서 겪는 감정의 파도가 가장 숙제였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해준에게 몰아치는 감정들과 마지막 바닷가까지 이어지는 표현이 쉽진 않았죠. 감독님의 표현 방식이 약간 에둘러서 표현하지만 막 차오르는 느낌인데 그게 손에 딱 잡히지 않아서 괴로웠어요. 결과적으로는 만족할 만한 장면들을 얻어서 좋아요. 아마 탕웨이 씨도 저보다 어려웠으면 어려웠지 쉽지 않았을텐데 같이 잘 헤쳐나갔다고 생각해요. 저도, 탕웨이 씨도 지금 누구보다 이 영화의 결과물을 즐기고 있어요."
박해일과 탕웨이의 만남은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박찬욱 감독과 정서경 작가가 탕웨이를 염두에 두고 구상한 작품인 만큼, 탕웨이는 비밀스러운 서래의 묘한 매력을 완벽하게 살려 박해일과 매혹적인 시너지를 완성했다. 박해일은 "에너지가 좋은 배우"라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문화권이 다른 배우랑 이렇게 긴 호흡을 맞춘 건 처음이라 소통 문제가 고민이었는데 탕웨이 씨가 경험이 많고 여유도 있어요. 무엇보다 마음이 열린 분이라 저를 잘 맞아주셨어요. 처음 리딩할 때 탕웨이 씨가 한국어, 중국어, 영어 대본까지 세 권을 놓고 작품 준비를 했어요. 힘들어보여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해준의 대사를 한국어로 녹음해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하시더라고요. 녹음해드리면서 저 역시도 탕웨이 씨의 중국어 대사를 녹음해달라고 요청드렸어요. 굉장히 정성스럽게 녹음해주셔서 늘 그 파일을 틀어놓고 해준의 톤을 잡아갔죠. 밀폐된 신문실 같은 공간에서 밀도 있게 호흡해야 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늘 열정적으로 리액션 해줘서 고마웠어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등으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이름이 된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특유의 감각적인 비주얼과 파격적인 스토리텔링, 강렬한 캐릭터들로 묘한 매력의 세계관을 선보였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이후 16년 만에 선보이는 청소년 관람가 등급 영화이기도 하다. 잔혹성은 덜어냈지만 감정의 진폭은 이전의 어떤 작품보다도 크다. 이에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은 어른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배우의 눈빛과 얼굴로 퍼즐 조각 맞추듯 풀어가는 방식이 신기했어요. 서래를 의심과 관심의 대상으로 쳐다보는 눈빛, 순간적인 표정 같은 걸 포착하는 박찬욱 감독님만의 연출법이 확실히 있어요. 그 전에 정말 공들인 시나리오와 콘티가 준비돼있었고요. 마치 네비게이션 지도 같아서 최적의 경로와 막히지 않는 시간을 잘 짜놓은 것 같았어요. 탕웨이 씨도 할리우드에서도 촬영 경험이 있으신 분인데 이런 방식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이 콘티를 중국 영화계에 알려주고 싶을 정도라고 했어요. 이게 한국 영화만의 제작 방식인데 아주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의 반응은 뜨겁다. '헤어질 결심'은 일찌감치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에 이어 감독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 이후 20년 만에 한국 작품이 받은 감독상이었다. 국내 흥행 기록도 심상치 않다. 29일 개봉 첫날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면서 흥행 순항을 시작했다.
"이번에 칸에 처음 가서 느낀 것들이 많아요. 현지에서도 한국 영화를 너무 좋아하고 찾아보는 게 일상이 된 분위기더라고요. 한국 영화인들이 연기상,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증명했고 그래서 그 낯선 땅의 영화제조차 괜히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이젠 신인 배우가 전 세계 관객들과 소통하고 단숨에 할리우드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됐잖아요.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 외 수많은 선배님들이 오랜 세월 일군 가치이기도 하죠. 그걸 후배인 제가 누리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껴요. 그래서 더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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