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 당권 어디로..'97그룹'vs'어대명'
전당대회 룰 놓고 친명계·친문계 대립
여론조사는 이재명 출마 찬성 42.6%..3주 전보다 2.7%p 늘어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8월 28일 전국대의원대회(전당대회)를 앞둔 가운데 차기 당대표 후보들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강력한 차기 당권 주자인 이재명 의원이 출마를 고심하는 동안 당내 이른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 생)’ 의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과 97그룹의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이재명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이에 97그룹이 급부상했고 이들은 선거 패배의 책임이 있는 사람과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세대가 물러나야 한다며 세대교체론을 주장하고 있다.
97그룹 중 가장 먼저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의원은 지난 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지난 대선과 지선에 책임 있는 분들은 뒤로 물러나서 성찰하고, 강병원과 같은 ‘97세대’들이 등장해서 당의 간판을 바꿀 때, 당의 메신저로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해서 혁신과 쇄신, 통합을 얘기할 때 국민의 신뢰 회복이 시작된다”며 이 의원을 겨냥했다.
이후 박용진(재선·서울 강북을) 의원이 출마를 선언했고, 강훈식(재선·충남 아산을) 의원이 오는 3일 출마 선언을 예고했다. 세 의원과 함께 ‘양강 양박’으로 꼽히는 박주민 의원(재선·서울 은평갑)은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강 양박 의원들은 최근 86그룹 대표주자 중 하나인 이인영 의원과 조찬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영 의원은 이 자리에서 “세대 교체론이 사그라지면 안 된다”며 “여러분들이 결단하고 역할을 해줘야 한다. 출마를 선언하는 게 당원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이재명 의원과 각을 세우는 친문(친문재인)계 대표격인 전해철, 홍영표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재명 의원이 동반 불출마하도록 압박하고 97세대에게 힘을 실어줬다.
97그룹이 세대교체론을 앞세워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동안 이재명 의원은 고심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 의원이 이달 초에 전당대회 룰이 확정되고 후보 등록을 앞둔 시점에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최근 이 의원의 지지자인 이른바 ‘개딸’들과 SNS로 소통하고, 당 의원 워크숍, 의원총회 등에 참석하면서 동료 의원들과 스킨십을 늘리는 중이다.
지난달 27일에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위원장인 안규백 의원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준위의 전당대회 룰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어서 룰과 관련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서는 ‘어대명’ 분위기를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에 비해 97그룹 출마자들의 체급이 떨어지는 데다 여러 후보가 출마하면서 친문 표가 분산될 수 있다는 이유다. 또한 전당대회 룰도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하게 흘러간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이재명 측은 대의원 비중을 줄이고 권리당원 투표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의 현행 당대표·최고위원 선거 규칙은 대의원 45%, 권리당원 40%, 일반 국민 여론조사 10%, 일반 당원 여론조사 5%가 반영된다.
이에 대해 안규백 의원은 지난 28일 BBS 라디오에 출연해 “1년 전만 하더라도 권리당원이 70만 명이었다. 지금은 122만 명을 넘어섰다. 이게 급격하게 늘어난 우리 권리당원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의 대의원 제도는 역사성이나 취지에 고려할 때 전면적인 조정은 어렵고, 균형 있게 지금 대의원, 권리당원, 일반당원 또 국민 여론조사 비중을 조절하려고 그렇게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론조사도 이재명 의원에게 긍정적으로 변하는 추세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29일까지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에서 전체 응답자 중 48.6%는 이 의원의 당권 도전에 반대했고 42.6%는 찬성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8.8%였다. 찬성보다 반대가 많은 상황이지만 3주 전 같은 질문에 대한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찬성 응답은 39.9%에서 42.6%로 2.7%포인트 늘어난 반면, 반대 응답은 50.8%에서 48.6%로 2.2%포인트 줄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 이 의원의 당 대표 도전에 찬성 76.7%, 반대 16.7%를 기록했다.
이 의원이 출마를 결심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친문계 의원들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당 대표 권한 축소와 최고위원 권한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당 대표는 현재 최고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심의를 넘어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자검증위원장은 국회의원 후보의 자격 심사를 맡는 자리로 공천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주장을 두고 일부 친명계 의원들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과 당원의 뜻이 담기는 민주당의 혁신 전당대회를 위한 제언’을 발표하고 “일부 언론 보도에서 전준위에서 최고위원의 권한을 강화하고 당대표의 힘을 빼는 방식의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 형식적으로는 단일성 지도체제로 보이지만 실제 내용은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수 있다”며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실망만 안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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