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앞장' 한수원 사장, 尹 정부선 원전 세일즈맨으로

김우영 기자 2022. 7. 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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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최근 원자력 발전 수출 세일즈맨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폴란드, 체코를 찾아 현지에 한국의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미국의 원전 기업들과는 전략적 협력을 구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에 적극 동조했다는 평가를 받던 것과 대조적이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정재훈 사장은 이창양 산업부 장관과 함께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과 밀로쉬 비스트르칠 상원의장을 만나 원전 중심의 양국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체코는 총 8조원을 들여 1200메가와트(㎿) 이하급의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계획인데, 한수원이 사업 수주를 추진 중이다. 이튿날에는 체코의 신규원전 건설 예정지인 트레비치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지역 주요 인사를 만나고, 현지 아이스하키팀의 후원 연장 계약을 맺었다. 아이스하키는 체코의 인기 스포츠인데, 이번 후원 연장은 원전 세일즈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창양(왼쪽부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보토치 페트라세크 체코 기술대(CTU) 총장, 요젭 시켈라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한수원-CRI­체코공대(CTU) MOU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정 사장은 지난달 30일에는 이 장관과 함께 폴란드를 찾았다. 자국 내 원전이 없는 폴란드는 오는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할 계획인데, 올해 4월 한수원은 폴란드 정부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정 사장과 이 장관은 리샤르드 테를레츠키 하원 부의장을 만나 원전 협력에 대한 의회 차원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같은 날 오후 한수원은 폴란드 3개 기업과 원전 사업에 공동 참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정 사장은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핀란드를 방문해 현지 최대 에너지 기업인 포텀(Fortum)의 마커스 라우라모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핀란드 및 유럽 신규 원전 시장 진출에 앞서 현지 기업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자리였다. 특히 포텀 측에서 소규모 발전 설비를 분산 배치하는 데 적합하고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는 미래 원전 분야에 대해 관심을 표했다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었다.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협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초에는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원전 기술 기업 웨스팅하우스 사장단과 만나 해외 원전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같은 달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세운 차세대 원전 벤처기업 테라파워의 크리스 르베크 CEO와 만나 차세대 원전 기술에 관해 단계적으로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정 사장의 이같은 전방위적 행보는 원전 수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5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외에서 초청이 많지만, 지금은 해외 수주와 직결되거나 우리 협력기업들의 수출에 도움이 되는 케이스가 아니면 해외 출장을 나갈 때가 아니라서 사양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부당개입 혐의로 기소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지난달 7일 오후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사장은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취임 후인 2018년 6월 긴급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신규 원전 4기 건설을 백지화한 바 있다. 같은해 7월에는 회사명에서 ‘원자력’이라는 단어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 개입해 한수원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면 원전과 신재생 에너지가 병행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며 원전의 필요성에 대한 강조한 바 있다. 또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부인하며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주민 수용성, 경제성까지 봐서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으로 똑같은 상황이 와도 똑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 사장은 올해 4월부로 임기가 끝난 상태다. 정 사장은 후임 사장 인선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사장직을 계속 수행할 예정이다. 현재 임원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를 추리는 중인데, 오는 8월쯤 정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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