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극장은 고향 문화 지키는 유일한 곳.. 고국에서 공연하는 건 선물 같은 일"

이영관 기자 2022. 7. 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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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 카자흐스탄 고려극장장 리 류보비치·김 옐레나
개관 90년 기념해 서울서 공연
연극 '갈매기'로 기립박수 받아
/고운호 기자

“1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성장하면서 고향인 한국에 공연하러 오는 건 ‘선물’이죠.”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빌딩 서관에서 만난 김옐레나(44) 고려극장장이 이렇게 말했다. 고려극장은 고려인들이 민족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1932년 설립한 공연·예술 단체다. 이들은 최근 방한해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에서 4일 동안 안톤 체호프가 쓴 연극 ‘갈매기’를 선보였다.

이번 방한 공연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2006년부터 거의 매년 방한해 공연했지만, 코로나로 재작년부터 오지 못했다고 한다. 김 극장장은 “재작년부터 기획했고 작년부터 카자흐스탄에서 해온 공연이지만, 이번 첫날엔 걱정이 컸다”며 “끝나고 기립박수를 치는 걸 보고나서야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도 안톤 체호프의 작품을 많이 알고 사랑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뜻에서 ‘갈매기’를 공연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는 한국과 수교 30주년이자, 고려극장 90주년이어서 공연의 의미가 더 깊다”고도 했다. 김 극장장은 1996년 극장에서 가수로 일을 시작했고, 예술감독 등을 거쳐 지난 3월 극장장이 됐다.

이날 함께 만난 리류보비치(69) 전임 극장장은 23년 동안 맡았던 자리를 넘겨준 것에 대해 “젊으면서도 오래 극장에 몸담은 이가 후임이 돼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한국을 ‘고향’이라고 표현했다. “고려인들은 우리의 역사적 고향이 한국임을 잘 안다. 한국에 올 때마다 고향에 온 것 같아 항상 기쁘다.” 그는 “고려극장은 고려 문화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전문적인 아티스트들을 조금 더 도와줄 수 있는 경제적 지원이 생겨서, 이들이 더욱 성장하고 문화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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