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에어 컨디셔닝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2022. 7.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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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 아부함단, 에어 컨디셔닝, 2022, 잉크젯 프린트, 90x5475cm. Danko Stjepanovic, (C)Lawrence Abu Hamdan

2006년 7월13일,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육군이 탱크로 레바논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전쟁은 본격화된다. 1개월 후 양국은 휴전을 결의하였으나, 이스라엘은 그들의 방식대로 전쟁을 이어간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2021년에 이르는 15년간 8231대의 F-35 전투기와 1만3101대의 무인항공기를 레바논 상공에 보냈다. 지상에서는 폭발음처럼 들리는 소닉붐을 일으키는 제트기와 무인항공기, 드론은 레바논을 공포스러운 소음으로 뒤덮었고, 언제라도 폭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일상을 살아야 했던 레바논 주민들은 심장병, 청력 상실, 수면장애 등의 후유증을 피할 수 없었다.

두바이에서 활동하는 로렌스 아부함단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상공 침략 데이터를 정리해 웹사이트(airpressure.info)를 열었다. 그는 유엔의 레바논 상임대표가 작성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전달한 243개의 문서에서 데이터를 추출했다. 유엔 디지털 라이브러리에 업로드된 이 문서들은 각 항공기의 위반 시간, 기간, 유형 및 궤적을 포함한 모든 레이더 정보를 기록하고 있었으나 그 정보가 파편적이었기 때문에 공습의 전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작가는 이스라엘의 불법적인 레바논 공습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도록 포괄적이고 검색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토대로 레바논 하늘을 점유한 이스라엘발 ‘소음’을 시각화한 작업을 발표한다. 영화의 특수효과에 쓰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소음의 음파 이미지를 추출했다. 한 국가가 다른 국가의 주권 공간을 위협적으로 침입한 세월은 마치 대기를 오염시켜 호흡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매연처럼 창공을 뒤덮는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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