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자신을 구하러 온 기사에게 말했다.. "구출 좋아하네, 나가!"

이영관 기자 2022. 7.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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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왕

여자들의 왕

정보라 지음|아작|280쪽|1만6800원

공주, 기사, 용. 용이 지키는 탑에 있는 공주를 누군가 구하러 온다는 이야기. 뻔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 공주가 스스로 용을 소환했다. 시어머니인 이웃 나라 왕비가 자신을 죽이려 하자 도망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남자들이 공주를 구하려다가 코미디가 펼쳐진다. 공주는 기사에게 “구출 좋아하네, 나가”라며 칼을 휘두르고, 왕비의 실체를 들은 왕자는 ‘엄마’를 찾으며 눈물을 흘린다. 결국 공주와 왕자만 살아남아 행복하게 사는 결말로 끝난다.

지난 4월 소설집 ‘저주토끼’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던 정보라. 이번 소설집 ‘여자들의 왕’에는 이처럼 익숙한 판타지의 남성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꾼 소설 7편을 실었다. 이 중 ‘높은 탑에 공주와’ ‘달빛 아래 기사와’ ‘사랑하는 그대와’는 3부작으로 내용이 이어진다. 작가는 “용도 사실은 생각이 있고, 공주도 연약하지만 않을 것 같아서 천편일률적 구도를 뒤집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원작과 다른 점을 찾으며 읽는 재미가 있다. 표제작은 성경 속 인물인 사울, 요나단, 다윗을 모두 여성으로 바꿨다. ‘사막의 빛’은 이슬람교를 다른 종교로, ‘어두운 입맞춤’은 여성 주인공을 흡혈귀로 바꿨다.

성별, 종교 등 정체성을 둘러싼 생각 차이가 평행선을 달리곤 한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바꿔 생각하기’가 갖는 의미가 크다. 작가는 “이 책은 ‘남자 죽이는 여자들 이야기’라는 오해를 받았는데, 치열하게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로 읽어 달라”고 했다. ‘바꿔 생각하기’에 익숙해진다면, 생각 차이도 유머로 넘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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