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가격과 통합평가 분석방법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는 통상적인 경우에 비하여 정상적인 대가의 수수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이유로 과세관청은 항상 이러한 거래를 통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된다. 특히 그러한 거래가 국제거래인 경우에는 국가의 과세권을 침해할 수 있으므로 더욱 예의 주시하게 되는데,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에 다수의 재화거래와 용역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정상가격을 어떻게 산출할 것인지에 관하여 자주 논란이 발생한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은 국외특수관계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의 경우 정상가격 산출 방법에 관하여, 원칙적으로 개별적인 거래별로 그 정상가격을 각각 산출하도록 하되, 개별적인 거래들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거나 연속되어 있어 거래별로 구분하여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아니할 경우에는 개별적인 거래들을 통합한 다음 그 통합거래의 정상가격을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개별적인 거래들을 통합하여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방법을 통합평가 분석방법이라고 하는데, 국조법은 제품라인이 같은 경우 등 서로 밀접하게 연관된 제품군의 경우, 제조기업에 노하우를 제공하면서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경우, 특수관계인을 이용한 우회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한 제품의 판매가 다른 제품의 판매와 직접 관련되어 있는 경우, 그 밖에 거래의 실질 및 관행에 비추어 개별적인 거래들을 통합하여 평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개별적인 거래별로 정상가격을 산정할 것이 아니라 통합평가 분석방법을 통해 정상가격을 산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거래당사자 일방이 높은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주요 제품(커피 캡슐, 토너 등)의 판매나 관련 용역의 제공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특정제품(커피머신, 프린터 등)에 대해서는 비정상적으로 낮은 이익을 얻거나 심지어 손실을 감수하고 거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개별적인 거래에 대한 정상가격을 각각 산출하지 않고 관련된 거래들을 통합하여 정상가격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소송에서도 이른바 '명품'을 제조, 판매하는 해외 본사의 한국 자회사가 해당 제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고 해외 본사의 글로벌 정책에 따라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함에 있어서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은 제품, 즉 한국 자회사가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도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해외 본사로부터 지급받지 않은 것을 정상거래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되었다.
필자가 속한 법무법인은 해당 소송에서 한국 자회사를 대리하여, 한국 자회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한 것은 해외 본사의 이전가격 정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국외특수관계인이 아닌 자와의 통상적인 거래에서도 적용되며, 해당 제품의 거래 실질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자회사의 매출 증대에 기여하고 한국에 대한 독점적 수입판매권자 지위 유지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거래 전체를 통합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과세관청은 한국 자회사가 제품을 수입하여 국내에서 판매하는 거래와 직접 판매한 제품에 대해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거래는 서로 연관되거나 연속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한국 자회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거래는 수입판매 거래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거래라는 이유로, 한국 자회사는 직접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무상보증서비스 등을 제공한 거래의 적정한 대가를 해외 본사로부터 지급받았어야 함에도 이를 지급받지 않은 것은 정상거래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그 적정 대가 상당액에 대하여 한국 자회사에 법인세를 부과한 것은 적법하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최근 ① 명품의 경우 구입처와 무관하게 전세계 공식대리점 어디에서나 무상보증서비스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고, ② 이러한 사후 서비스 제공은 제품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③ 따라서 한국 자회사가 판매한 제품의 가격에는 한국 자회사가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사후 서비스 제공 대가 역시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고, ④ 특히 한국 자회사는 이러한 사후 서비스 제공을 전제로 한국에서의 독점적 수입판매권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독점적 수입판매권자 지위 유지를 통한 상당한 수준의 영업이익 보장 자체가 사후 서비스 제공에 따르는 비용을 보전받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행정법원은 이상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한국 자회사의 제품 수입 및 판매 거래, 이에 대한 무상보증서비스 등 제공 거래, 직접 판매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무상보증서비스 등 제공 거래는 전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거나 연속되어 있어 전체를 통합하여 평가하여야 한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밀접하게 연관된 다수의 재화거래와 용역거래를 하고 있는 다국적기업 이전가격 거래 실무상 자주 쟁점이 되는 정상가격 산출방법으로 통합평가 분석방법 적용을 인정하고 그 기준을 제시한 판결로서 의미 있는 판결이다.
[강찬 변호사는 관세 관련 쟁송 및 자문 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2012~2013년 서울세관 심사총괄과에서 근무했고, 2016년부터 2020년 초까지 관세평가분류원 관세평가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로열티 관련 관세포탈 조사대응, 이전가격과 특수관계 영향 관련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각종 관세부과처분 취소심판 및 취소소송, 재산국외도피 조사대응 등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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