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안개'의 쓰임새

입력 2022. 7. 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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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은 안개 낀 새벽에 잠이 부족한 채 졸음 운전하는 형사 장해준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안개'는 장해준과 송서래의 관계의 모호성, 그들의 의도와 진심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암시한다.

이때, 하인숙이 윤기준에게 불러주는 노래 '안개'는 그들이 도시 감성을 공유한 같은 부류라는 점을 의미한다.

노래 '안개'는 은혜가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들 주위를 떠도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 때 느닷없이 등장하며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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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은 안개 낀 새벽에 잠이 부족한 채 졸음 운전하는 형사 장해준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장해준은 어느 중년 남성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의 외국인 아내 송서래를 취조하게 된다. 영화는 송서래가 남편을 죽인 진범인가 여부를 밝히려는 장해준의 수사 과정으로 진행된다. 간병인인 송서래가 간병하는 할머니가 스마트폰에 노래 ‘안개’를 틀어달라고 요청하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안개’는 장해준과 송서래의 관계의 모호성, 그들의 의도와 진심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을 암시한다.

‘헤어질 결심’ 이전에도 노래 ‘안개’가 주요하게 쓰인 한국 영화가 두 편이 있다. 1960년대 노래 한 곡이 이렇게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감독의 작품에서 쓰인 것도 특이한 경우이다.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을 각색한 김수용 감독의 ‘안개’(1967), 이명세 감독이 연출한 색채와 조명, 음향 연출이 인상적인 ‘M’(2007)이다.

영화 ‘안개’에서는 1960년대 근대화로 인해 벌어진 근대적인 도시와 전근대적인 시골의 격차를 다국적 제약회사 중역이 된 윤기준의 시점에서 다룬다. 휴가차 돌아온 윤기준의 눈에 비친 고향 무진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그리운 공간이라기보다는 여전히 불편하고 비합리적인 저개발된 공간이다. 윤기준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와서 그곳 중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인 하인숙과 잠깐 연애를 한다. 근대와 전근대의 격차는 윤기준의 불편한 심리와 하인숙과의 잠깐의 불륜관계로 나타난다. 이때, 하인숙이 윤기준에게 불러주는 노래 ‘안개’는 그들이 도시 감성을 공유한 같은 부류라는 점을 의미한다.

영화 ‘M’에서는 소설가 민우가 원고 마감과 부모의 사채 빚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불면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그와 결혼하려는 은혜는 그런 그를 보면서 이유를 모를 불안감을 느낀다. 노래 ‘안개’는 은혜가 알 수 없는 존재가 그들 주위를 떠도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낄 때 느닷없이 등장하며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민우는 오랫동안 잊었던 어린 시절 첫사랑 미미와 함께한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이때 노래 ‘안개’의 괴기스러운 삽입은 21세기 초반 탈근대의 관점에서 근대보다 더 먼 전근대와의 시간 거리를 과거의 정체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존재, 유령과 같은 모호한 존재로 표현한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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