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군인권보호관 "제2 윤 일병·이예람 없어야"
인권위 "군부대 불시 방문조사권·사망사건 조사 입회 가능"
재판·수사 중 사건도 조사..체포 등 강제수사권 없어 '한계'
군대 내 인권 침해와 차별 행위를 조사하고 시정 조치와 정책 등을 권고하는 전담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이 1일 출범했다. 2014년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사망한 이른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군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논의가 시작된 이후 8년 만의 결실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10층 인권교육센터에서 군인권보호관 출범식을 개최했다.
초대 군인권보호관에 임명된 박찬운 인권위 상임위원은 “군인에 대한 자유의 제한은 예외이지, 원칙이 아니다”라며 “군인도 우리와 똑같은 시민이라는 인식을 군인권 보호 업무 전반에 굳건한 원칙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내년 1월 상임위원 임기 종료 시까지 군인권보호관 직무를 수행한다.
이날 출범식에는 군 폭력 피해자들의 유가족들도 참석했다. ‘윤 일병 사건’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의 어머니 안미자씨는 “(아들의 죽음) 앞뒤로도 많은 아이들이 군에서 원통하게 떠나갔다. 그 원통함이 남긴 흔적이 군인권보호관”이라며 “아이들이 피우지 못한 꿈으로 만든 흔적이 다른 아이들 꿈으로 다시 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공군 부사관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도 이날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씨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국방부 차관, 인권위 측과의 면담에서 보완점을 강력히 말했고, ‘조사에 강제성이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군인권보호관 제도는 2014년 4월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수년째 진전이 없다가 지난해 5월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이 통과돼 군인권보호관 설치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인권위는 군인권보호국을 신설하고 실무 조직으로 군인권보호총괄과, 군인권조사과 등 3개 과를 설치했으며, 전담인력 25명을 뒀다.
군인권보호관은 차관급 직위로 군부대 불시 방문조사권과 사망사건 조사·수사 입회 요구권을 갖는다. 국방부 장관은 군인 등이 복무 중 사망하는 경우 즉시 군인권보호관에게 이를 통보해야 한다. 진정 원인이 된 사실이 발생한 이후 1년이 지난 사건을 조사할 수 없었던 기존 규정과 달리 1년이 넘은 사건도 조사가 가능하고, 재판·수사 중인 사건도 위원회 의결을 거쳐 조사할 수 있다. 피해 당사자는 물론 목격자, 장병 부모, 친구 등 제3자도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군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신속 대응반도 운영해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갖추고, 군 인권교육도 체계화한다.
다만 체포나 구인 등 강제수사 권한이 없어 군당국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국방부 장관은 국가 안위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군인권보호관 방문조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시행령에 따르면 군인권보호관은 방문조사 3일 전에 군부대에 통지해야 한다. 긴급하게 방문조사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12시간 전, 당일 방문은 4시간 전에 통지해야 한다.
출범식 당일인 이날 ‘1호’ 진정 사건도 접수됐다. 군인권센터는 2020년 8월 육군 6사단에서 A 일병이 제초작업을 한 뒤 유행성 출혈열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진정을 냈다.
A 일병은 한타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는데, 군인권센터는 “군의 부실한 의료체계와 안일한 초동 대응이 부른 군 의료사고의 전형”이라며 군인권보호관에 진정을 제기했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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