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인터뷰] 김윤진, 한국판 '종이의 집' 혹평에 "애정도 애증도 무관심보다 감사"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작품"
"강한 캐릭터지만 여성적 느낌도 살리고 싶었다"
"유지태, 나를 여자친구 대하듯 챙겨줘"
"전 세계적 K콘텐츠 열풍에 힘 보태고파"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작품이에요. 양날의 검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손으로 잡았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 출연한 배우 김윤진은 스페인 원작이 있는 이번 작품에 출연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을 털어놓았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천재적 전략가와 강도들이 기상천외한 변수에 맞서며 벌이는 인질 강도극을 그린 작품. 김윤진은 이번 시리즈에서 대한민국 경기경찰청 소속 위기협상 TF팀 팀장 선우진 경감을 연기했다. 그는 "원작의 팬으로서 원작의 힘을 믿었고, 류용재 작가님의 대본이 마음에 들었다. 또한 김홍선 감독님의 '손 the guest', '보이스'를 재밌게 본 시청자로서 함께 작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공개된다는 이유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윤진은 미국드라마 '로스트', '미스트리스'로 글로벌 무대에서 연기 경험이 있기 때문.
"제가 2010년도에 마무리된, 전 세계 100개국이 넘게 방영된 미국드라마 '로스트'에 출연한 적 있어요. 배우로서 그게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줄 알고 있죠. 게다가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집중하고 있을 때, 한국 감독님, 배우들과 한국에서 촬영해도 전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 꿈같은 현장이었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죠."
이번 작품의 원작인 스페인 '종이의 집'은 넷플릭스 드라마 전 세계 2위에 오른 적이 있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 게다가 두텁고 탄탄한 팬층을 갖고 있다. 김윤진 역시 "'내일 일이 있어서 한두 편 정도 보고 말아야겠다' 했는데 끊기 어려울 정도로 몰입감 있게 봤다"고 원작을 본 소감을 밝혔다. 한국판 '종이의 집'은 분단국가라는 한반도만의 특수한 상황을 집어넣어 차별화를 꾀했지만 원작보다는 내용이 압축됐다는 점에서는 원작 팬들 사이에 아쉬움 섞인 평가가 나오고 있기도 하다.
"100% 예상했어요. 우리는 원작의 시즌1, 2를 압축해서 12부작으로 한꺼번에 보여드리다 보니 캐릭터마다 차곡차곡 쌓이는 감정을 섬세하게 못 보여드리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2022년에 맞는 호흡,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빠른 전개를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죠. 좋은 관심이든 나쁜 관심이든 관심을 받고 있는 자체는 감사한 일이에요. 최선을 다한 작품인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준다면 허무하고 아쉬울 테죠. 애정이든 애증이든 지금 '종이의 집'에 집중해주는 분들께 감사해요. 이 뜨거운 열기가 좋든 나쁘든 이어져서 파트2까지 관심이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선우진 캐릭터는 원작과는 달리 전 남편이 유능한 정치가이고 어머니가 치매 투병 중인 설정이 추가됐다. TF팀에서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만 사적으로는 복잡다단하고 힘든 일상을 보내는 인물이다. 김윤진은 "TF팀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남성적 세계에서 작전을 지휘하는 캐릭터지만 뻔하게 하긴 싫었다. 여성적이고 섬세한 면도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님이 영화 '시카리오'의 에밀리 블런트 같은 느낌을 원하셨는데, '명작인데다 명연기를 한 에밀리 블런트의 느낌을 어떻게 살리지?' 싶었어요. 유튜브에 들어가서 짧은 영상들을 수없이 봤어요. 감독님이 TF본부 안에서 우진이는 멋있었으면, 강해보였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여자 배우가 너무 남성적인 느낌으로 대사를 하면 반감이 들 것 같았어요. 톤을 잡으려고 감독님과 머리 맞대고 고민했죠. 낮지만 중심을 잡고 무게감 있게 가려고 노력했어요. 또한 정보 전달을 하는 대사도 많았는데,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서 집중력이 깨지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김윤진은 이번 시리즈에서 교수 역을 맡은 유지태와 호흡을 맞췄다. 극 중 교수는 남북 공동경제구역 조폐국을 상대로 인질 강도극을 계획한 인물. 하지만 선우진은 교수의 정체를 모르며 카페 주인 ‘박선호’로 알고 있다. 교수와 선우진 사이에는 멜로 기류가 있다는 점은 원작과 다른 부분이다. 김윤진은 "우진이 일상에서 갖고 있는 압박감, 책임감에서 숨쉬게 하는 유일한 남자가 박선호"라며 "유일하게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남자로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밝혔다. 교수 역의 유지태에 대해서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워낙 좋은 파트너에요. 첫날부터 '교수구나' 할 정도로 완벽하게 몰입해서 현장에 왔더라고요. 현장에선 저를 정말 여자친구 대하듯 했어요. 챙겨주고 현장 도착하면 따뜻한 커피까지 준비해줬죠. 배우들 중에 현장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문자, 전화를 하면서 이 작품에 대해서 가장 많이 고민을 공유한 배우에요. 동시대에 같이 성장해온 배우로서 이 작품에서 함께 만난 건 행운이에요. 후배지만 제가 더 의지했죠. 앞으로 차곡차곡 감정이 쌓여갈 우진과 교수의 모습을 파트2에서도 기대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김윤진은 10여년 전부터 미국에서 활동하며 글로벌 시장을 경험해본 배우. 이에 최근 한국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게 된 변화에 대해 느낄 감회가 더 새로울 것.
"과거엔 OTT 플랫폼이 아예 없었어요. 그래서 '내 생애 이런 기회가 다시 올까?' 싶었죠. 지금 한국에서 한국말로 작품을 찍고 넷플릭스 등 플랫폼을 통해 우리 작품이 소개될 수 있다는 자체를 상상도 못했던 일이에요. 제가 2004년 '로스트'에 처음 캐스팅 됐을 때 미국드라마에 주요 인물 중 2명이나 아시아계 배우가 캐스팅된 건 최초라는 얘길 들었어요. 그게 2004년이었는데 이렇게 빠르게 K콘텐츠가 성장할 거라곤 생각 못했죠. 자랑스럽다는 얘기만 나와요. 제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에 이런 기회가 온 것도 너무나 기뻐요. K콘텐츠 열풍이 지속돼서 한국의 좋은 감독님, 작가님, 배우들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 작품이 전 세계에 나가는 데 저도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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