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기 전 남긴 내면의 목소리[책과 삶]

눈물 한 방울
이어령 지음
김영사 | 200쪽 | 1만5800원
이것은 일기일까. 이어령 선생(1933~2022)이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친필 원고를 모은 이 책을 보며 든 궁금증이다.
“손글씨를 쓸 때마다 미안하다. 한석봉의 어머니에게. 40년 만에 처음으로 손글씨를 쓴다”는 얘기로 시작하는 글들은 고인의 간암 판정 후 2019년 10월부터 타계 한 달 전인 2022년 1월까지 쓰였다. 초기엔 정돈된 글씨에 손수 그린 삽화도 많았으나 갈수록 그림은 줄고 글씨체도 알아보기 어려워진다.
다리가 붓고, 변비로 고생하는 등 말기 암 환자의 생리적 고통을 관조하듯 하는가 하면, ‘이제는 내 손으로 고통을 끝내고 싶다’고 호소하는 모습에 인간적 면모를 느끼게 된다. 죽음에 가까워질수록 참새구이, 제기 차기 등 어린 시절 회상이 많아진다.
틀림없이 애서가였을 고인은 많은 것을 놓아버리는 와중에도 책 욕심만은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서가의 높은 곳에 닿을 힘이 없어 아쉬워하는가 하면,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이 쌓여가는 모습을 힘없이 바라본다.
고인의 구술을 받아 서문을 쓴 편집자는 책을 관통하는 말로 ‘눈물 한 방울’을 뽑았다. 글 속에는 눈물이 많이 등장한다. 먼저 여읜 큰딸에 대한 미안함, 암선고 후 처음으로 어머니 영정 앞에서 ‘엄마 나 어떻게 해’ 통곡하며 흘린 눈물…. 떠나는 그를 외롭지 않게 한 것은 ‘깃털 묻은 달걀에 눈물 한 방울 외할머니 미지근한 손의 열기’ 같은 기억일 것이다.
고인은 이 글들을 화장실 낙서 같은 것이라고 했으니 독자를 의식하며 쓴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정좌하고 자료도 뒤적여가며 썼겠지만, 뒤로 갈수록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모습이 느껴진다.
손제민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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