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적 관점으로 본 '수치심'[책과 삶]
여성의 수치심
에리카 L 존슨·퍼트리샤 모런 엮음
손희정·김하현 옮김
글항아리 | 548쪽 | 2만2000원
살만 류슈디의 소설 <수치>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여자들에게는 울거나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 그렇지만 남자들은, 이성을 잃고 날뛰게 되지.” 같은 수치를 경험한 뒤의 다른 반응이다.
<여성의 수치심>을 번역한 손희정은 이 책이 수치심을 느낌(feeling), 감정(emotion)이 아닌 정동(affect)으로 다룬다고 소개한다. 수치심은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유통되고 공유되면서 집단적 의미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즉 수치심은 “개인이 타인과 맺는 관계의 문제”이자 “사회문화적인 문제”다. 가족이나 친구 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임신중단 시기를 놓쳐 건강이 위험해진 10대 임신부가 있다면, 그건 이 여성이 게으르거나 우유부단해서가 아니라 10대의 성관계와 임신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규범을 위반했다는 자각에서 발생하는 수치심에 기인한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수치심을 젠더화된 관점으로 살펴보는 주요한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장(場) 의존적’(field dependent)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장 의존성’이란 “물리적인 환경과의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타인들과의 관계에서 자아를 포착하는 인지적 방식”을 일컫는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개인 간 관계 유지 능력에 의해 평가받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여성의 수치심>은 20세기 여성 작가들의 텍스트를 통해 수치라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를 다루는 학술서다. 사회학, 문학, 여성학, 철학 분야에 걸친 필자들이 앤절라 카터, 아니 에르노, 프란츠 파농, 옥타비아 버틀러, 마거릿 애트우드 등의 글을 분석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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