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로 걸어나온 고래들..이 우화의 결말은 당신이 바꿀 수 있어요[그림책]

손버들 기자 2022. 7. 1.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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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들의 산책
닉 블랜드 글·그림 | 홍연미 옮김
웅진주니어 | 40쪽 | 1만4000원

당신은 고래를 좋아하나요? 만약 대왕고래, 혹등고래, 향유고래, 범고래, 일각고래, 수염고래, 흰고래가 사람처럼 걷고, 먹고, 놀면서 육지에서 함께 살아간다면요? 이 이야기의 결말은 행복일까요?

<고래들의 산책>은 숱한 우화처럼 인간과 고래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상상한 동화다. 고래들이 바다에서 걸어나온다. 거대한 고래들이 꼬리를 두 발처럼 내디디며 뭍에 오른다. 도시의 사람들은 이 새로운 친구들을 반긴다. 사람들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생선 가게 주인은 보물선에서 건진 듯한 금화를 잔뜩 내고 생선을 한 바구니씩 사가는 이 통 큰 손님들이 반갑다. 기차 한 칸을 독차지하는 고래의 아름다운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자전거 가게도 분주해진다. 고래가 자전거를 탈 때마다 바퀴에 바람을 새로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서 수영장을 통째로 차지하는 것은 달갑지가 않다. 모든 식당에서는 생선 요리가 바닥나고 농부들은 밭에 물을 채워 고래들이 먹을 플랑크톤을 키우느라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지 못한다. 제빵사는 재료가 없어 빵을 만들지 못한다. 고래들은 덩치만큼 많이 먹고 그만큼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이들이 지나간 도로는 쩍쩍 갈라진다.

고래와의 ‘동거’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고래는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 “우리는 고래와 함께 살 수 없다!” 이들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그렇지만 고래들은 끄떡도 않는다. 한 아이가 묻는다. “고래야, 왜 바다를 떠나 땅에서 살기로 한 거야?” 고래들은 그제서야 바다에서 살 수 없는 이유를 말한다. “바다가 온통 쓰레기로 가득 찼거든. 거대한 쓰레기통이 되어 버렸어!” 사람들은 ‘고래 귀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바다로 들어가 쓰레기를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깨끗해진 바다로 고래들은 돌아간다. 영원히.

도시를 더럽히고 파괴하는 고래들의 모습은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다. 고래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무심코’ 쓰레기를 바다에 버린다. 그 대가로 고래들은 삶의 터전을 잃는다. 왜 환경을 보호해야 하는지, 무겁게 설교하지 않고 재치 있고 예리하게 ‘역지사지’로 알린다.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다. 작은 배에 탄 두 사람과 그 아래 물속을 헤엄치는 두 고래. 사람은 뭍에, 고래는 물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당신은 고래를 좋아하나요? 만약 대왕고래, 혹등고래, 향유고래, 범고래, 일각고래, 수염고래, 흰고래가 사람처럼 버리고, 부수고, 욕심을 부리며 살아간다면요? 이 이야기의 결말을 바꿀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손버들 기자 willo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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