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수탈 통로이자 저항·경제 열망의 길[책과 삶]

모던 철도
김지환 지음
책과함께 | 256쪽 | 1만5000원
독일 시인 하이네는 “철도에 의해 공간이 살해되었다”고 말했다. 철도가 처음 놓였을 때 사람들의 시공간 개념을 완전히 바꾸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돛단배, 가마, 말 타고 다니던 조선인들이 처음 기차에 올랐을 때의 놀라움은 짐작하기도 어렵다.
<모던 철도>는 철도를 매개로 한반도의 근대사를 쓴다. 근대의 상징이자 수탈의 수단이었던 철도의 의미를 서술한다. 말기의 조선 왕조는 서구의 앞선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정책의 하나로 철도를 도입했다. 조선은 스스로 철도를 놓을 자본, 기술이 없었기에, 이는 일본의 몫이 됐다. 일본뿐 아니라, 철도는 대다수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지를 개척하고 경영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일본은 한반도의 철도를 대륙침략의 발판이자 자국 상품 수출, 원료와 식량의 수탈 통로로 삼았다.
철도가 문명의 투명한 이기가 아니라는 사실은 식민지 조선인들도 곧 알아챘다. 철도에 대한 저항은 곧 제국 일본에 대한 저항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곳곳에 생겼다.
을사조약이 체결된 며칠 뒤, 석공 원태우는 안양역 부근에서 이토 히로부미가 탄 열차를 향해 돌을 던졌다. 주먹만 한 화강암이 1등석 유리창으로 날아들어 이토의 왼쪽 뺨에 출혈이 일어났다. 이날 의거는 훗날 안중근의 하얼빈 의거의 단서가 됐다.
손기정은 도쿄에서 기차에 올라 시모노세키에서 관부연락선으로 부산에 간 뒤, 줄곧 기차로 경성, 신의주, 하얼빈, 모스크바, 바르샤바를 거쳐 베를린에 도착해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을 땄다. 중국경제사를 전공했으며 현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철도를 통해 유라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이 허황하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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