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하기 전에 답하라..비관론자가 던진 6가지 질문[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가 있었거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소개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정확히 맞췄으나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비관론을 지속하며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 경제학 명예교수가 또 다시 불길한 전망을 내놓았다.
'닥터 둠'의 '둠'(doom)은 파멸, 피할 수 없는 불운을 의미한다.
루비니는 6월30일(현지시간) 국제 기고 전문 매체인 '프로젝트 신디게이트'에 올린 글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는 침체에 빠지고 이로 인해 부채위기가 초래되며 미국 증시가 3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루비니는 이 같은 결론을 6가지 질문을 통해 도출해냈다. 이 질문은 지금 경제와 투자 지형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적인 질문이다.
이 질문은 지난해 처음 제기됐고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을 비롯한 대부분의 중앙은행과 정부는 일시적이란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적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고물가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아직 미지수다.
총 수요 증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신용 확대, 재정지출 증대에 기인한다.
총 공급 감소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봉쇄 조치와 공급망 병목 현상, 노동력 공급 감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0) 코로나19 정책 등에 기인하며 경기 침체적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의 성격을 가진다.
루비니는 현재 인플레이션에는 수요와 공급 요인이 다 혼재돼 있지만 지금은 공급 요인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중요한데 공급 요인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해 통화정책이 긴축될 때 경기 경착륙 리스크를 높이기 때문이다. 경착륙은 실업률을 올리고 침체 위험을 높인다.
처음에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조차 침체가 있을 수 있으며 소프트 랜딩(연착륙)은 "도전적인 " 과제라고 인정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서 사용하는 경기 예측 모델은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예고하고 있으며 영국 중앙은행도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중앙은행들이 통화 긴축을 중간에 중단하면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경기 과열이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된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수요 과잉이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률이 목표치를 웃도는 경기 과열이 나타나고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공급 부족이면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웃돌고 경제는 침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게 된다.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정복할 때까지 긴축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루비니는 경착륙이 임박하면 연준이 겁을 집어먹고 긴축을 중단해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봤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민간과 공공 부문 모두 부채가 쌓여 있기 때문에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소비도, 투자도 못하는 빚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이 두려움 때문에 연준이 긴축을 계속할 배짱을 부릴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얕고 짧게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의 금융 불균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 침체로 부채위기와 금융위기가 촉발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루비니는 앞으로 닥칠 경기 침체는 심각한 부채위기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전세계 GDP(국내총생산) 대비 민간과 공공의 부채비율이 1999년 200%에서 현재는 350%로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루비니는 글로벌 GDP 대비 부채비율이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격하게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급격한 통화정책 정상화와 금리 상승은 부채비율이 높은 가계와 기업, 금융기관, 정부들을 좀비로 만들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란 전망이다.
1970년대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있었지만 부채 수준이 낮아 부채위기는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부채위기는 있었으나 인플레이션은 없었다. 오히려 빚의 함정에 빠져 총 수요가 줄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됐는데 이는 통화정책 완화로 대처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공급 부족 쇼크에 직면해 1970년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부채위기가 복합된 스태그플레이션 부채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루비니의 진단이다.
게다가 그는 현재와 같이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는 경제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긴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침체에 빠져도 통화정책을 완화할 수 없고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수 있는 여력도 이전보다 제한적이란 점에서 여건이 더욱 어렵다. 공공 부채 수준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높아져 재정적 실탄이 거의 고갈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가가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통화정책을 긴축하고 있어 동조화된 글로벌 침체 위험이 올라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긴축의 영향은 이미 나타나서 주식시장 전반과 특히 밈 주식, 가상화폐, 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채권 등에서 버블이 꺼지며 실질자산과 금융자산이 쪼그라들어 부채비율과 채무상환비율이 올라가고 있다.
일반적인 경기 침체가 나타나도 역사적으로 증시는 고점 대비 평균 35% 가량 하락했다. 다음 침체는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위기를 동반하기 때문에 증시가 고점 대비 거의 50% 하락할 것이라고 루비니는 예상했다.
S&P500지수가 지난 1월3일 고점 대비 20% 가량 내려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30%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루비니는 경기 침체의 폭이 깊든 얕든 상관없이 역사를 보면 현재 증시는 바닥을 치기 전에 더 하락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지난 6월16일 저점을 친 후 나타난 반등을 포함해 어떤 랠리도 저가 매수의 기회가 아니라 데드 캣 바운스(침체장 속의 기계적 반등)에 지나지 않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비니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은 많은 질문을 갖게 하지만 그 질문은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아니라고 밝혔다. 상황이 좋아지려면 그 전에 더 나빠져야 한다는 것만 알면 된다는 것이다.
루비니의 질문과 답은 3번째까지는 주류 의견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연준을 포함한 중앙은행들이 경기 침체가 두려워 인플레이션 통제를 포기할 수 있고(4번째) 이 결과 스태그플레이션과 부채위기가 함께 닥칠 것(5번째)이라는 전망은 월가에 아직 낯선 주장이다.
결국 관건은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파월 의장이 지난 6월29일 ECB(유럽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밝혔듯 루비니 역시 연준이 금리를 너무 올려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보다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데 실패하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파월 의장은 당시 "연준이 너무 멀리 나가는(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리스크가 있을까"라고 반문한 뒤 "이보다 더 큰 실책은 물가 안정성을 회복하는데 실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의장이 이 말을 지킬 수 있다면 루비니의 전망은 세번째 질문에서 끝이 나고 비관론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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