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지구대 찾아 "'경찰 장악'은 과장..청장 후보군 면담"(종합2보)
경찰 참석자들은 말 아껴..내부망서 "압박인가" 반발도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행정안전부의 이른바 '경찰국' 신설 등을 놓고 경찰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1일 일선 지구대를 찾아 "(현 정권이) 경찰을 장악한다는 것은 과장됐다"며 달래기에 나섰다.
이 장관은 도넛 상자를 들고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를 방문했다. 배용석 마포경찰서장과 홍익지구대장, 지구대 경위, 경사, 경장 2명, 순경 등 경찰 7명이 장관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행안부 안에 신설할 경찰업무조직은 15∼20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그중 80∼90%는 경찰로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규모 인원으로 13만∼14만명의 경찰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안부 내 '경찰국' 설치로 경찰이 30여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굉장히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여러분(경찰)을 선동하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 관리 강화가 일선 경찰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간담회는 비공개로 30분간 진행됐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온 이 장관은 경찰들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는 취재진에게 "가장 심각한 오해는 행안부 경찰지원조직을 만든다는 것을 치안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에 영남과 호남 지역에서도 일선 경찰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만간 차기 경찰청장이 내정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장관은 청장 후보군을 면담한다고 공언했다.
장관의 경찰 인사 제청권을 강조하는 그는 "13만∼14만의 큰 조직을 이끌 리더십과 투철한 국가관, 사명감, 조직 신망을 중점적으로 살필 수 있는 청장 후보군 면담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차기 청장 후보자 인사와 관련해서 적합자 선별 작업이 법무부의 검증 작업과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5월 말 치안정감 승진자 6명을 일대일로 만난 사실이 알려져 '사전 면접' 논란이 일었다. 그는 당시 "(차기 경찰청장 후보들 면접도) 필요하다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도 "치안정감으로서 필요한 역량과 경찰청장으로서의 역량은 상당히 다르다"면서 청장 후보군 면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청장 후보 면담이 이뤄졌는지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과정은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날 이 장관이 간담회 이후 8분가량 기자들에게 행안부 입장을 설명한 것과 달리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은 "분위기는 좋았다"라면서도 "입장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간담회에 참석한 경찰관들은 경찰의 공안직 전환이 가능한지, 경찰업무조직이 신설되면 현장 경찰관이 체감하는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권한이 커진 경찰을 지휘·감독할 필요가 있다며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을 만들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는 등의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경찰제도 개선안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행안부는 최종안을 이달 15일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행안부 장관의 일선 지구대 격려 방문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해철·진영·김부겸 장관은 설과 추석 등 연휴에 지역 관서 지구대를 격려차 방문한 바 있고, 박근혜 정부 시절 정종섭, 홍윤식 장관도 도서지역 파출소를 찾아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
다만 이 장관의 이번 방문은 경찰제도 개선안 발표 후 '경찰 통제' 논란이 거센 가운데, 특히 김창룡 경찰청장이 요청한 장관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소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청장은 현재 사의를 표명한 상태다.
경찰 내부망에는 "장관이 지구대를 찾아가 경찰국 설치 의견을 직접 듣겠다는 것은 잠자코 내 지시를 따르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당초 경찰 직장협의회 소속 경찰관들은 이 장관의 면담이 이뤄지는 사이 홍익지구대 바깥에서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정오쯤 시위를 취소했다.
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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