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당 2000만원서 9500만원 껑충"..하루 4000명 다녀가는 이곳, 어디길래 [르포]

이가람 입력 2022. 7. 1. 19:30 수정 2022. 8. 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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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역사 한자리 익선동, 루프스테이션 가 보니
서울시 종로구 익선동 '루프스테이션 익선'. [사진 제공 = 네오밸류]
"이곳에서 행사를 자주 한다면 우리도 좋을 것 같아요. 방문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신 후 식사를 하거나 티타임을 즐기러 와 줄 테니까. 아무래도 그런 기대가 있죠."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서 장사 중인 상인 A씨)

한옥마을과 골목상권, 낙원상가와 예술인 작업실, 콘크리트 벽과 목조 기둥, 박물관과 영화관 등 옛것과 새것이 조화를 이루며 '핫 플레이스' 중 하나가 된 서울 종로구 익선동.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 해제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구역에 전에 없던 통유리 건조물 두 개가 나란히 올라섰다. 각각 '루프스테이션' 스페이스A와 스페이스B로 불리는 이 건물은 부동산 개발 전문회사인 네오밸류가 지어 소유하고 있는 도시문화 플랫폼이다.

네오밸류는 지난주 루프스테이션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오프닝 행사를 개최했다. 루프스테이션은 여러 가지 악기와 소품을 이용해 낸 소리를 녹음한 뒤 하나로 취합해 화음으로 만드는 음향 장비다. 루프스테이션처럼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과 취향을 모아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화음을 쌓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께 방문한 루프스테이션은 베이스 기타와 전자 피아노 소리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편안한 차림으로 와인과 주스 등을 마시면서 루프스테이션 곳곳을 둘러보고 있었다.

스페이스A는 층고가 높고 개방감이 좋아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기에 적합해 보였다. 연면적이 681.56㎡(약 206평)에 달하는 만큼 네트워킹 파티를 비롯한 전시회, 박람회, 콘서트 등 행사에 활용하기 알맞은 장소라는 생각도 들었다. 옥상에는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익선동의 유일한 루프탑이다.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저층으로 건축한 만큼 단조로운 스카이라인이 매력적이었다.

스페이스B에는 에디강과 노보, 옥승철, 스티븐 해링턴, 파블로 바르바 등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돼 있었다. 다채로운 컬러감에 눈이 즐거웠다. 모니터를 통해 익선동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주는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비좁고 노후했던 골목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리모델링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왼쪽) 아티스트 에디강과 노보가 유리벽에 그린 강아지와 고양이 그림. (오른쪽) 루프스테이션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 영상. [이가람 기자]
다시 스페이스A 1층으로 돌아오니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동양인 최초의 스위스 바젤 오페라극장 전속 가수인 바리톤 이응광과 떠오르는 오페라 스타 중 한 명인 소프라노 손지수의 공연이었다. 두 성악가 모두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다가 노래를 부르며 무대로 나왔다. 단상 없이 스탠드 마이크만 설치돼 있어서 모두가 같은 눈높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동시에 조금만 뒤로 가면 공연자가 잘 보이지 않아 집중력을 잃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컸다.

오페라 공연이 끝나자 드로잉 쇼가 진행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기몰이 중인 아티스트 에디강과 노보가 초대됐다. 스케치북이나 칠판이 없어서 도대체 어디에 그림을 그린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이들이 향한 곳은 건물을 두르고 있는 유리벽이었다. 하얀색 펜을 쥐고 유리창 위에 그들이 키우고 있다는 반려동물인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렸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드로잉 쇼를 구경했다. 이외에도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라이브 공연과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발로의 공연 등이 이어졌다. 태어나서 처음 본 루프스테이션은 악기보다는 디지털 정밀기기에 더 가까워 보였다.

네오밸류는 행사 내내 루프스테이션의 핵심 역할로 '연결'을 강조했다.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로 기능하면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주선하고, 익선동을 찾는 관광객의 쉼터로 자리를 잡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통로가 되겠다는 포부다.

손지호 네오밸류 의장은 "엔데믹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루프스테이션을 중심으로 네오밸류가 삭막한 도시에 개성 있는 색을 입혀주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일 오후 6시께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인근 식당들이 야외 영업 중인 모습. [이가람 기자]
인근에서 장사 중인 상인들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루프스테이션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초 정식 오픈 전인 루프스테이션에서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 하우스'를 열었다. 색다른 공간에서 고객들을 만나기 위해 마련한 전시회였다. 실물 차량을 색깔별로 배치하고 벽면에 미디어아트를 송출하는 등 새로운 팰리세이드를 홍보하는 자리였다.

관람객 유입은 주변 점포들에도 도움이 됐다. 루프스테이션 앞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팰리세이드 하우스에 초대된 고객들이 우리 가게에도 왔었다"며 "솔직히 보름 남짓의 전시회로 매출이 크게 확대된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익선동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부동산 가치도 오르고 있다. 지난 2016년 3.3㎡당 2000만원 수준이었던 땅값은 지난달 말 기준 9500만원으로 뛰었다. 하루 평균 유동 인구도 2018년 6월 42명에서 지난해 6월에는 4230명으로 10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들어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문의량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개발 가능성이 남아 있는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모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익선동은 부동산 시장 흐름이 개선되면 가장 먼저 살아날 지역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거보다는 상가 목적 건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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