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철의 장막 시즌2' 위협.. 냉전의 기운이 몰려온다

김청환 2022. 7. 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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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서방의 고강도 경제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철의 장막(Iron curtain) 시즌2' 진입을 경고했다.

러시아가 그 시즌 2를 거론한 건 러시아가 제재로 고립돼 '미국·서방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짙어지면 결국 냉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과 EU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EU는 우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며 철의 장막이 다시 쳐지는 데 대한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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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미국·EU 불신".. 독자노선 방침 
중국도 나토 세 확장 견제, "냉전 재연" 반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지난달 16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국제 경제 포럼 부대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P 뉴시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서방의 고강도 경제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철의 장막(Iron curtain) 시즌2' 진입을 경고했다. 철의 장막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옛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의 사회주의 진영과 서유럽 민주주의 진영을 분리한 경계를 가리킨다. 러시아가 그 시즌 2를 거론한 건 러시아가 제재로 고립돼 '미국·서방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짙어지면 결국 냉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위협으로 해석된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를 중심으로 결집한 국가들과 러시아·중국 사이에 선명한 경계선이 그어졌다. 최근 나토의 견제를 받은 중국도 서방에 대립각을 세웠다.


러시아, "철의 장막 없다"는 입장 뒤집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지난달 26일 독일 크루엔의 엘마우성에서 열린 가운데 G7 정상들이 만찬을 위해 모여 있다. 크루엔=AP 뉴시스

6월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철의 장막은 본질적으로 이미 드리워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마케예프 벨라루스 외무부 장관과 회담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라브로프 장관은 “그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친러시아 기조를 펴는 벨라루스의 마케예프 장관이 먼저 “서방이 철의 장막 기초를 세우고 있다”고 했고, 푸틴 정부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라브로프 장관이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는 "러시아는 미국과 EU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EU는 우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며 철의 장막이 다시 쳐지는 데 대한 책임을 서방에 돌렸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철의 장막, 즉 자국 봉쇄 정책을 두고 말을 바꿨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철의 장막으로 회귀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의 입장 변화는 전쟁 이후 5개월째 이어지는 각종 제재로 인한 타격이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서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금을 고갈시키기 위해 제재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과 EU 국가를 중심으로 한 주요7개국(G7) 정상은 지난달 28일 독일에서 열린 회의에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고, 러시아산 금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도 나토에 반박... '죽의 장막'도 재연 조짐

중국도 나토의 견제에 강하게 반발하며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나토는 지난달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12년 만에 '전략 개념'을 갱신하면서 중국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나토)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적시한 것이다. 서방이 중국·러시아 동맹을 경계하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과 러시아의 심화하는 전략적 파트너십과 규칙에 기반한 질서 약화를 노린 그들의 상호 보강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반한다"는 내용이다.

중국은 ‘냉전의 재연’을 언급하며 즉각 반발했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구냉전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서 재연돼서는 안 된다. 세계 일부 지역의 혼란이 아ㆍ태 지역에서 허용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나토를 비판했다. 냉전 시대 중국과 서방의 단절을 의미했던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이 다시 등장할 조짐이 드리운 것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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