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이름값 '8억'..은행들은 왜 지하철 '부캐명'에 집착할까?

우형준 기자 2022. 7. 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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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일부 지하철역 이름에는 '부캐'가 생겼습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에큐온저축은행 지하철 역 이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을지로입구역은 하나은행이, 선릉역은 에큐온저축은행이 명동역은 우리금융그룹(우리금융타운) 등이 각각 낙찰받았습니다. 은행들은 이를 위해 수억원을 썼습니다. 상징성과 홍보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인데 광고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다음 내리실 역은 00은행역입니다"
지난달 28일 결정된 역명 가운데 금융권의 가장 큰 관심사는 을지로입구역이었습니다. 

을지로입구역은 지난 6년동안 IBK기업은행이 역명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근방에 있는 강력한 경쟁자 하나은행이 새로 이름을 따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을지로입구역 일대 상징은 옛 외환은행이었습니다. 건물크기만 1만 1750㎡(3500평) 규모입니다.

하나은행은 바로 맞으편에 을지로 별관(현 교원명동빌딩)이 있었지만 규모면으로나 크기면으로나 외환은행이 압도적으로 컸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2012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건물명은 하나은행으로 바뀌었고 바로 대각선에는 하나금융그룹의 신사옥이 2017년 완공되면서 이 일대는 하나은행이 압도적으로 커졌습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명동역에 부역명을 받았습니다. 

물론 명동하면 '신본(신세계백화점 본점)'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더 익숙하지만 우리은행도 명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는 지난 1999년 옛 한빛은행이 현재 자리 부지에 본사를 옮기면서 명동 인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근방에 신세계백화점이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비교적 손쉽게 부역명을 차지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1962년 최초의 백화점으로 이미 명동상권에 인지도가 높다"며 "백화점 업계 같은 경우 부역명 마케팅에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사 '역명 원톱'은 어디?…역시 '힙지로' 8억7천만원


사실 금윰사들이 역명에 집착한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닙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2020년부터 ‘KB금융타운역’이라는 이름으로 ‘샛강역'을 차지하고 있고,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 2·5호선 을지로4가역은 BC카드, 지하철 2·3호선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가 부역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해 을지로3가역을 쓰는데 지불한 비용은 8억7400만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올해는 금융사 가운데 하나은행이 8억원을 '베팅'하면서 을지로입구역 부역명을 따냈습니다. 기존 IBK기업은행이 내고 있던  4억3천만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가격입니다.

이밖에 우리은행은 6억5466만원, 애큐온저축은행과 역명이 병기되는 선릉역은 7억5100만원을 지불했습니다. 

역명, 선정기준은 뭐야?


서울교통공사에 정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역명병기 기준은 인지도가 높은 지명 또는 기관이여야 하는데요. 

신청 대상은 지명, 관공서, 공익시설, 공공기관, 학교, 의료기관, 기업체 등입니다.  

서울시내는 1km 이내, 서울외곽은 2km이내에 소재 기관 또는 지명이 위치해 있어야 합니다. 

통상 부역명 사업 계약기간은 3년으로 연장이 가능합니다. 

병기역명은 서울교통공사의 수익사업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손실만 9,644억 원, 누적 적자 17조 원에 달하는데 일종의 재정 확보를 위해 2016년부터 역명병기 사업을 추진하는 '아픈' 배경이 있습니다. 

지하철 역명 광고효과는 얼마나 있을까?
금융사들이 '역명'에 이처럼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이유는 다들 예상할 수 있는대로 바로 '광고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신한카드가 차지한 을지로3가역 같은 경우 승하차 인원이 월 160만명, 여기에 안내방송 청취까지 하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는데요.

신한카드의 경우 MZ세대들이 많이 찾는 '힙지로'에 역명을 얻고 나서 역 근처 소상공인 등과 함께 미술작품 전시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면서 이른바 '포토스팟'을 만들어 MZ세대들을 통한 SNS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 2009년 미국 뉴욕 지하철 MTA는 지난 2009년 애틀렌틱 에비뉴역을 영국 금융기업 바클레이스에 팔아서 역명에 바클레이스 센터를 붙였습니다. 물론 이 곳에는 브룩클린의 대표 농구팀인 '브축클린 네츠'가 이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해 붙여진 이름이기 때문에 국내 금융사들과 절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금융사 역명'이라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기존에는 역명 자체가 단순히 안내방송 등으로 얻는 광고효과만 기대했다면 지금은 비용을 쓰더라도 주변 상권들과 문화공간 등을 만들면서 금융권의 화두인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경영에 꽤 괜찮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SC제일은행은 종각역 역명 병기를 시작하고 2년 6개월 간 브랜드 인지도가 3%포인트 올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젊은이들은 을지로입구, 명동역를 더 많이 찾아 유동인구가 더 많으니 광고효과는 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나은행은 이번 명동역 입찰로 주변 상권들과 엔데믹을 위한 문화행사 개최 등 다양한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은행 역시 코로나19로 힘들었던 명동 주변상권과 함께 이벤트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은행산업은 예전부터 통장을 사용하고 상담을 하기 때문에 비교적 대면업무가 많았던 직종입니다. 코로나19 여파도 있겠지만 은행업무가 모바일화 되면서 은행산업은 점차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2020년 부터는 종이통장 발급도 유료화 되면서 중단됐고 은행원들도 점차 사리지는 추세입니다. 

은행권들이 지하철 역명 마케팅을 하는 이유도 바뀐 은행업무 환경에 있습니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MZ세대 10명 중 8명은 시중은행보다 빅테크를 주요 금융 결제 수단으로 생각할 정도로 시중은행들은 '올드'한 이미지 벗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번에 낙찰받은 하나은행은 손흥민, 우리은행은 아이유 등 수십억의 비용을 들여서 광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에 비하면 지하철 부역명은 광고효과 대비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권 중심가 회사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 있고 지역상권도 잡는 '일석이조'의 마케팅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에 입찰 받은 은행들이 3년 동안 어떤 마케팅으로 MZ세대를 사로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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