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이제 실력을 발휘할 때다

김정곤 입력 2022. 7. 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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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해할 때까지 손 놓고 있던 문재인 정부는 월북으로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

경제ㆍ안보 위기 국면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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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회견으로 언론과 직접 소통 
서해 공무원, 인혁당 사건 통 큰 해결 
경제·안보 위기는 보여주기로 안 돼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일 3박5일 동안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첫 순방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다자외교 데뷔 현장에서도 각본 없는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했다.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 동행한 취재진은 국내 정치 상황까지 질문했고 윤 대통령은 막힘 없이 소회를 밝혔다. 이런저런 말실수가 없지 않았으나 대통령의 출근길 약식 회견은 이제 국민과의 직접 소통 채널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 50일 동안 정권교체를 실감하게 하는 신선한 변화가 적지 않다. 청와대 이전에서 시작한 파격은 도어스테핑과 대통령의 자유분방한 나들이로 이어지고 있다. 용산시대 개막은 아직 평가하기 이르지만 대통령의 탈권위적 소통 행보를 마다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정책 변화로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의 선회가 주목할 만하다. 2년 전 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여러모로 이상했다. 북한이 우리 국민을 살해할 때까지 손 놓고 있던 문재인 정부는 월북으로 서둘러 사건을 마무리했다.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유족의 피맺힌 절규는 윤석열 정부가 귀담아들었다.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포기하고 해경이 월북 판단을 번복하면서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조만간 유족의 눈물을 닦아줄 시원한 결론이 나오길 기대한다.

윤석열 정부는 인혁당 사건 피해자인 이창복씨의 ‘빚고문’ 소송도 통 크게 해결했다. 정부가 과다하게 지급한 배상금과 지연이자 15억 원을 토해 내라는, 말도 안 되는 소송을 이명박ㆍ박근혜 정부는 물론 문재인 정부조차 외면했다. 최근 법무부가 배상금 원금만 받기로 결단을 내리자 이씨는 “국민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문재인 정부에 배신감이 크다”고 원망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저토록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러나 50일의 변화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예단할 수는 없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집권 초기에는 시원시원한 정책변화와 국민 눈물을 닦아주는 감동 행보에 집중했다. 하지만 보여주기식 국정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통시장 나들이와 참모를 대동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와이셔츠 바람 산책이 정부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와 안보에서는 실력이 정부의 성패를 갈랐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경제 위기는 윤석열 정부의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고환율ㆍ고물가ㆍ고금리의 삼각 파도 속에 제2의 IMF를 걱정하는 여론이 높은데도 경제 부처에서는 이렇다 할 대책 없이 위기신호만 보내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시장을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안보 상황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이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한미일 동맹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하지만 대화를 포기한 강경책이 북한의 도발수위만 높이는 악순환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이 나토에서 가치에 기반한 안보동맹을 강조했지만 중국 리스크는 간과할 수 없는 안보 변수다. 한미일 가치 동맹과 남북ㆍ한중 관계를 조화롭게 관리할 수 있는 묘책을 찾는 데 안보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경제ㆍ안보 위기 국면에서 국민은 대통령과 정부에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아직까지는 국민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저조한 국정운영 지지율이 그 방증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신선한 소통 행보에도 불구하고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데드크로스까지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가 국민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김정곤 뉴스부문장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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