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생명인 '뇌졸중'..치료센터 지역별 편차 '극심'

백영미 2022. 7. 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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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뇌졸중학회 “사망원인 4위 뇌졸중, 제대로된 치료 어렵다”
허혈성뇌졸중 환자 20%, 첫 방문 병원에서 치료 못 받아
중중응급의료센터 전문의 부족…24시간 치료 못 받기도
응급의료센터처럼 뇌졸중센터 진료권별 균등히 분포돼야

[서울=뉴시스]왼쪽부터 대한뇌졸중학회 차재관 질향상위원장, 배희준 이사장, 이경복 정책이사,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 (사진= 대한뇌졸중학회 제공) 2022.07.01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뇌졸중은 치료가 늦어지면 후유증과 장애는 물론 사망에도 이를 수 있는 질환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4위다. 하지만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환자가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지역도 있는 등 지역별 편차가 심해 의료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1일 대한뇌졸중학회 주최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뇌졸중은 적정한 시간 내에 얼마나 적절한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급성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부족, 뇌졸중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치료편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뇌졸중은 갑자기 발생하는 뇌혈류 장애(뇌혈관 폐쇄로 인한 허혈 뇌졸중·뇌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 뇌졸중)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뇌졸중은 종류에 상관없이 응급 치료를 제때 잘 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거나 반신 마비·언어 장애·의식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기 때문에 치료가 가능한 인근 병원을 최대한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학회에 따르면 2016~2018년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원환자의 비율은 지역별로 편차가 컸다. 제주도는 전원환자 비율이 전체 뇌졸중 환자의 9.6%로 가장 낮은 반면 전라남도는 전체의 44.6%로 가장 높았다. 전라남도의 경우 뇌졸중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치료가 가능한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야 했던 셈이다.

학회가 뇌졸중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인증을 부여한 뇌졸중센터 역시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돼 있다.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질환이 갑작스럽게 악화돼 빠른 치료가 필요한 뇌졸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뇌졸중센터도 수도권에 57.1%가 집중돼 있다.

차재관 대한뇌졸중학회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인구 비중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 지역은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면서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거주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5월 기준으로 215개에 달하지만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 뿐이고, 구급대원이 이송이 예상되는 병원에 뇌졸중 의심 환자를 사전에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하지만, 이 정보가 뇌졸중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가 적어도 100개는 돼야 한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지역별로 뇌졸중 환자 치료 편차가 큰 이유로는 뇌졸중 전문의료인력과 의료자원 부족,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이 꼽혔다.

차 질향상위원장은 “뇌졸중집중치료실은 뇌졸중 후 환자 사망률을 21% 감소시키는 효과가 확인될 정도로 환자의 예후와 직접적인 연관을 보인다"면서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지만, 턱없이 낮아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13~15만원 정도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신경과 전문의 인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급성기 환자가 주로 방문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의 경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전국 163개 응급의료센터 중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센터는 113개 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 응급의료센터의 30.7%에서는 24시간 뇌졸중 진료가 어려운 셈이다.

학회는 극심한 지역별 편차를 해결하려면 병원 전단계에서 뇌졸중 환자를 적절한 치료기관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에 따르면 재관류치료(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혈전용해제를 사용해 혈전을 녹이거나, 기구를 뇌혈관에 삽입해 혈전을 제거하는 시술)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1차적으로 이송하는 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또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응급의료서비스(EMS)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에 균형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회는 또 응급의료센터처럼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이 정책이사는 “뇌졸중은 급성기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부족, 뇌졸중 센터 운영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지역별로 상당히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돼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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