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인상에 레미콘 파업 겹쳐.."아파트 입주 차질"

유준호,양연호,이종혁 2022. 7. 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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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인천 아파트 공사중단
건설업계 "이러다 다 죽는다"
협상 늦을수록 손실 눈덩이
정부의 건설기계 관리정책
운반비 폭등 초래 비판도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1일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 시내 한 시멘트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운송을 중단한 채 주차돼 있다. 이날 레미콘 운송노조 파업으로 수도권 일부 건설현장에서는 공사가 중단되었다. [박형기 기자]
"올스톱입니다 올스톱. 나중에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 공사기간은 맞추겠지만 품질은 나빠지고, 돈은 돈대로 들어가겠죠."

수도권 레미콘 운송 차주들이 운송단가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한 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의 한 관계자는 "현장만 쳐다보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이 현장은 이날 레미콘 타설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운송업체 파업으로 공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화물연대 파업 여파에 이어 레미콘 운송 차주들까지 파업에 돌입하면서 공사 중단 위기를 맞은 건설 현장에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입주 지연이 불가피한데, 지체상금(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사업자가 발주처에 내야 하는 벌금) 등 책임은 모두 시공사가 지는 구조라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해 타설 공사가 중단되면 예정된 입주 일정도 미뤄야 한다"며 "특히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 건설사들의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시공사에서 하도급을 받아 콘크리트 공정을 진행하는 전문건설업체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한 전문건설업체 임원은 "발주처에 약속한 공기가 있을 텐데 늦어진 공정을 만회해야 하는 것은 하도급 업체의 몫"이라며 "공기를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안전·품질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 현장은 최근 건설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데다 연이은 파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는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며 매주 원가 절감을 위한 비상대책회의를 열 정도다. 실제 건설업계에 따르면 철근 가격은 작년 초 t당 71만1000원에서 지난 5월 119만원으로 약 66% 상승했다. 레미콘 단가도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약 13% 급등했으며,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도 15% 이상 상승했다.

수도권 레미콘 공장도 일제히 가동이 중단되면서 레미콘업계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형국이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유진, 삼표, 아주 등 120여 개 수도권 레미콘 업체의 90% 이상이 이날 가동을 멈췄다. 수도권 레미콘 공장은 국내 수요의 44%를 책임지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레미콘 운송 차주들의 집단 운송 거부로 매일 500억원 이상의 피해가 예상된다. 이미 이달 초 화물연대 파업으로 업계가 3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상황에서 이번 운송 거부 사태가 길어질 경우 레미콘업계 전체가 벼랑 끝으로 몰릴 수 있다는 얘기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은 생산하자마자 실시간으로 건설 현장에 갖다줘야 하는데 당장 운송 차량이 없으면 폐기 처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은 수도권 운송료를 회당 현재 5만6000원에서 7만1000원으로 약 27% 올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제조사들은 지난달 30일 협상 테이블에서 당초 협상 기준으로 정했던 5~8% 운송료 인상안보다 더 높은 9% 인상안을 제시했는데도 레미콘운송노조 측에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미콘운송노조는 운송료 요소수 100% 지급(월 6만원 상당), 명절 상여금 100만원 지급, 근로시간 면제수당(타임오프 수당) 100만원, 성과급 1인당 100만원(연 2회) 등도 요구하고 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운송트럭(믹서트럭) 신규 투입을 장기간 억눌러온 정부 정책이 운반비 폭등에 불을 지폈다고 지적한다. 믹서트럭은 2009년부터 내년까지 14년간 증차가 무산된 상태다.

[유준호 기자 / 양연호 기자 /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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