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우위' 美 연방 대법원, 기후위기 대응에도 제동

2022. 7. 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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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청은 온실가스 규제 권한 없다"..바이든 "나라 퇴보시키는 또 하나의 결정"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미국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책에 제동이 걸렸다.

보수 우위의 미국 연방대법원은 30일(현지시각) 미 환경청(EPA)이 주관한 온실가스 규제 정책 일환인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 CPP)에 대해 "이 정도 규모와 파급력 있는 결정은 의회나 입법부로부터 명확한 권한을 위임받은 기관이 수행해야 한다"라며 행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9명으로 구성된 대법원에서 6대 3의 의견으로 소송을 제기한 주의 손을 들어줬다.

CPP는 의회에서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 통과가 실패되자 오바마 정부가 정부 차원에서 추진한 정책이다. 2008년 선거 이후 미국 민주당은 연방 의회에서 배출권 거래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의회 입법을 포기하고 연방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인 CPP를 발표했다. 환경청을 주축으로 연방 정부가 주 정부에 탄소배출량을 제한하도록 하고, 석탄발전소를 줄이거나 폐쇄하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정책이다.

석탄 산업이 활발한 웨스트버지니아주를 비롯한 19개 주는 연방 정부의 방침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또한 'CPP 백지화'를 선언하면서 CPP를 사실상 무력화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2035년까지 청정에너지 전력망 운영' 등을 발표하는 등 EPA를 활용한 기후위기 대응이 재추진되었으나 이번 판결로 이행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앞으로 의회의 명확한 권한 부여가 없다면 미국 정부 차원에서는 온실가스 규제를 추진하기 어려워져 향후 전반적인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재검토가 예상된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이번 판결문에서 "전력 생산을 위해 석탄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의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는 것은 오늘날 위기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라면서도 "의회가 환경청에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는지는 타당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의회가 입법을 통해 명확한 권한을 주지 않는다면 행정부 또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다.

환경청의 규제 권한이 작아지고 연방 정부 차원의 온실가스 규제 정책의 법적 근거였던 '청정공기법'(Clean Air Act)의 범위도 제한되면서 미국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범위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 소송에 참여한 주 내 석탄발전소에 대한 통제 권한 뿐만 아니라 물, 대기 등 연방 정부의 규제 권한 자체도 범위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진보 성향의 엘레나 케이건(Elena Kagan) 대법관은 "(이번 판결로 인해 대법원이) 기술적인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 주체(의회)에게 기술적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케이건은 "의회의 의원들은 사안에 대해 현명하게 규제할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의원들은 더 나은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에게 의존하는데 그들은 보통 (정부) 기관에 있는 사람들"이라며 의회 입법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판결에 대해 "나라를 퇴보시키는 또 하나의 결정"이 나왔다며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2월 서명한 '2050년 탄소중립 행정명령' 또한 의회의 별도 입법이 없다면 '권한' 여부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대법원은 지난 23일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뉴욕주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고, 지난 24일 50년만에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등 연일 극우보수세력들의 시대에 뒤쳐지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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