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다른 모습일지라도..우린 모두 연결돼있습니다

이한나 2022. 7.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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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갤러리 서울 기획전
홍이현숙·최상아·염지혜·정희민
30~60대 여성 작가가 그린 오늘
최상아 `무제 : 나의 현재`
종이에 새겨진 부드러운 칼질은 다음 장을 시작하는 기본값이 된다. 이 칼질을 따라 새로운 선이 생기고 색칠하면 기존 면을 이어가는 또 다른 면이 나온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작업이 끝없이 엮어진 이 책은 미국에 거주하는 최상아 작가(51)의 드로잉 북이다.

동화책에서 흔한 '팝업북(Pop-up book)' 형태로 2년간 만들어졌다. 인체 내부나 인간 내면을 펼친 듯한 이미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개별 드로잉은 하나의 입체 작품처럼 구현된다.

이 스케치북을 천천히 보는 시간을 기록한 퍼포먼스 '무제 : 나의 현재'(2022)가 27분 영상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이 전시를 기획한 맹지영 페이스갤러리 디렉터 겸 큐레이터가 이틀간 총 8시간 감상한 시간을 압축한 것이다. 작가의 작업과 그것을 촉각으로 느끼면서 읽는 기획자의 행위, 이를 다시 관찰하는 최종 관람객까지 3개의 시간과 차원이 함께 존재한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가 연결돼 있음을 느끼게 된다.

60대부터 30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한국 여성 작가 4인의 그룹전 'Your Present(당신의 현재)'가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7월 30일까지 펼쳐진다. 미국에서 출발한 대형 갤러리가 한국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소개하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듯 보이는 외부의 흐름에서 잊히거나 간과된 감각에 집중하게 한다. 그 순간순간을 오롯이 대면하는 작가들 작품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게끔 한다.

홍이현숙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인 홍이현숙(64)은 영상 작품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2020)을 통해 촉감을 공감각적으로 탐색해 참신했다. 북한산 승가사 마애불을 바라보고 만졌던 기억을 마치 눈이 안 보이는 사람에게 설명하듯 '쓰담쓰담, 부승부승, 간질간질' 등 생생한 의성어와 의태어로 직접 구술했다. 종교적 상징인 부처상을 바로 옆에 있는 생명체처럼 표현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원초적 감각을 나누며 새로운 관계가 맺어지게 한다. 길고양이나 고래 등 가까이 있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경계를 허물고 그들의 세상을 상상하는 작가의 발칙한 시도가 새로운 공생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정희민(35)의 설치작업 '우리의 손금이 만날 때'(2021)는 꽃을 여성의 상징으로 사용했던 미국 작가 조지아 오키프를 소환한다. 이질적인 질감의 체인, 수공으로 엮은 직물, 물감, 화면을 통해 물질에 대한 촉각적 경험을 자극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비물질성과 캔버스, 안료의 물질성 간 간극을 혼종적인 방식으로 실험해온 작가답다.

염지혜(40)는 '심바이오플롯 : 함께 사는 터'(2020) 영상을 통해 전 지구적 재난의 흐름을 재구성하고 인간중심주의를 탈피하며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는 공생의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했다.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의 공존 역사부터 예술가와 환경공학자의 대화 등 다층적 이야기가 인체 내부나 우주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디지털 화면으로 송출된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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