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새로운 세상 여는 창조적 파괴, 또다른 혁신 막지 않으려면..

박대의 2022. 7. 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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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의 힘 / 필리프 아기옹·셀린 앙토냉·시몽 뷔넬 지음 / 이민주 옮김 / 에코리브르 펴냄 / 3만5000원
2019년 11월 프랑스에 3명의 경제학자가 모였다. 최고 국립 교육기관 중 하나로 꼽히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필리프 아기옹 교수와 프랑스 경제변화관측연구소 소속 셀린 앙토냉,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행정관 시몽 뷔넬이 그 주인공이었다. 3명은 아기옹 교수가 지난 5년간 대학에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책을 쓰기로 했다. 강의의 핵심은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였다. 슘페터의 이론은 '새로운 혁신이 등장해 기존 기술을 폐지하고 대체하는 과정'을 뜻한다. 우연이지만 그들이 모인 지 4개월 뒤부터 전 세계에 타격을 준 코로나19는 슘페터의 이론이 앞으로 세상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논의하기 위한 좋은 전제 조건이 됐다. 실제로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은 기업 파산 물결을 일으켰지만, 한편으론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 활동의 장을 열어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창조적 파괴가 코로나19 시대에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창조적 파괴를 기반으로 한 슘페터의 패러다임은 혁신을 장려하는 동시에 또 다른 혁신의 등장을 막는 모순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예시가 특허 제도다. 혁신가는 특허로 자신의 수익을 보호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혁신을 망칠 새로운 혁신의 등장을 막기 위해 그 수익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느끼게 된다. 슘페터는 이 같은 이유로 자본주의의 미래에 비관적이었다. 혁신을 일으킨 자본가가 훗날 등장할 자본가를 몰아내며 기득권만이 살아남는 구조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3명의 경제학자는 슘페터의 이론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낡은 것을 도태시키고 시장에 변혁을 일으켜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200여 년 전부터 이어진 창조적 파괴라는 힘의 원동력을 제대로 파악해 미래에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제의 혁신가들이 혁신을 통해 취득한 기득권을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는 데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자들에게 함께 고민하도록 질문을 던진다. 이 원동력을 공존 가능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본주의는 혈기 왕성한 말처럼 제어 불가능할 정도로 날뛸 수 있지만, 고삐를 조이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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