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우리가 쓰는 물건이 바로 기후위기 극복 출발점

이한나 2022. 7. 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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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 / 최정화 지음 / 열린출판 펴냄 / 1만3800원
"지구온난화란 문자 그대로 집에 불이 났다는 뜻이다."

마이클 만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지구과학센터 소장의 말이 섬뜩하다. 기후위기가 30년 후, 50년 후 상황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점을 각성시킨다. 최근 아열대 기후로 변하는 날씨를 체감하면서 주변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편리함에 기대 일회용 컵부터 집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에코 페미니스트 소설가인 저자가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실생활에서 실천하는 방식을 다양한 에피소드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저자는 환경문제를 탐구하는 예술가 크리스 조던의 영화 '알바트로스'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삼키고 죽어간 새들 모습에 충격받고 삶을 확 바꾸게 된다.

우선 매일매일 사용하는 물건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플라스틱으로 만들거나 포장된 제품을 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부터 엄청나게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비닐봉지는 안 주셔도 돼요'라며 거절하기가 출발점이다. 손수건 갖고 다니기, 비닐봉지 재사용하기 등 단계별로 실천하니 이제는 냉장고와 세탁기도 없애고 화장실 휴지도 쓰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공산품처럼 취급했다고 반성하면서 비인간, 비생물과 공생하는 삶을 실천하는 논리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하지만 편리한 도시 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포기하다 보니 생활에 다양한 제약이 생겨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저자는 자유로운 시간 조절이 가능한 직업을 가졌기에 실천하기가 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조금이라도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에서 되레 자유로워지는 편을 택해 지속가능한 실천이 가능해짐을 보여준다. 고기를 무척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로 돌아섰지만, 아주 가끔은 고기를 먹는 일탈을 허용하는 식이다.

저자가 우리 일상에서 활용할 방법으로 제시한 '영쩜일 웨이스트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마트 대신 시장 이용하기 2. 일회용품을 대체할 다회용품 가지고 다니기 3. 안 먹는 음식을 정하고 적당량만 먹기 4. 조금 멀어도 포장재를 덜 쓰는 가게 이용하기 5. 쓰레기로 버리기 전에 재사용할 아이디어 떠올리기 6. 쇼핑할 때 이미 갖고 있는 품목이라면 사지 않기 7. 살 때는 버리고 재활용되는 과정까지 고려하기 8. 포장재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의 품목들을 기록해 나만의 제로 웨이스트 지도 만들기 9. 가까운 곳은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타기 10.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기.

미국의 평범한 주부에서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베아 존슨이 책 '제로 웨이스트 홈'을 내놓으며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사회운동을 널리 알리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됐다. 한국식 제로 웨이스트 운동도 저자 같은 이들 덕분에 세를 확장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처럼 삶을 바꿔보려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다. 서울에도 원두커피를 내리고 남은 찌꺼기를 커피 점토로 바꿀 수 있는 '커피큐브'나 불광천에 새로 생긴 '햇빛상점'과 '페이퍼넛츠'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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