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유가족, 사우디 후원 LIV골프에 분노 "피묻은 돈 받나"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가 후원하는 LIV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골프 대회(총상금 2500만달러)가 6월 30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인근 노스 플레인스의 펌프킨리지 골프클럽(파72·7641야드)에서 개최됐다. 지난달 9~11일 영국 런던에서 개막전이 열렸고, 이번이 두 번째 대회다. 미국에서 LIV 대회가 열린 건 처음이다.
출전 선수 48명은 6월 30일 오후 1시 15분 샷건 방식(각 홀에서 동시 티오프)으로 1라운드를 출발했다. 그에 앞서 이날 오전 대회장 인근의 노스 플레인스 재향군인 공원에서는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 단체 ‘9·11 정의’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 11명은 거액을 받고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LIV로 옮겨간 선수들을 맹비난했다. 하지만 대회장에서 반대 시위를 벌일 계획은 없다고 했다.
15세 때 9·11 테러로 아버지를 잃은 브렛 이글슨(36)은 미국 골프 매체 골프위크에 “LIV 출전 선수 48명은 피 묻은 돈을 받았다”며 “반면 로리 매킬로이(33·북아일랜드), 스코티 셰플러(26·미국) 등 PGA 투어에 남은 골퍼들은 책임과 진실, 정의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밀문서에서 제외한 16쪽짜리 FBI 보고서를 LIV 선수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복사본을 준비해 왔다. 9·11 테러에 사우디아라비아가 개입한 구체적 내용이 보고서에 들어있다고 했다.
최근 LIV 선수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인권 문제 등 민감한 질문에 “이제 넘어가자” “우리는 골프를 치러 왔을 뿐”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답하면서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해왔다. 이에 대해 이글슨은 “LIV 선수들은 대단히 냉담하다”며 “얼마나 많은 돈을 받으면 살인과 인권에 신경쓰지 않게 되는가”라고 했다.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 같은 이들의 오만과 무지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 내가 성장하면서 겪어야만 했던 고통의 절반이라도 그가 이해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넘어가자고? 나도 그럴 수 있었기를 바란다. 나를 비롯한 다른 유가족들은 그런 사치를 누리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LIV 선수들에게 자신들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필 미켈슨(52·미국)이나 다른 선수들이 우리와 대화할 만한 용기를 지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LIV에서 받은 거액의 돈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밝힌 선수들에겐 “‘9·11 정의’에 기부할 것을 요청한다”고도 했다.
이날 1라운드에선 카를로스 오르티즈(31·멕시코)가 5언더파 67타를 쳐 단독 선두를 달렸다. 전 세계 랭킹 1위 더스틴 존슨(38·미국)이 1타 차 2위(4언더파)였다. 대회장을 찾은 골프 팬들은 “맥줏값이 저렴하다”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며 대체로 만족스러워 했다고 골프위크는 전했다. ‘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는 내년부터 ‘LIV 골프 리그’로 명칭이 변경될 예정이다. 대회 수는 올해 8개에서 내년 14개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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